詩集 사랑하는 이에게…
그토록 긴 세월 동안 이야기해 왔지만
부족함을 느꼈다면,
나는 너에게 그토록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말하려 했던 욕심을 부린 것이다.
옷자락 움켜잡는 손이 있었을까?
낭만적인 피아노 선율 닮은 눈길에
살점이 퍽퍽 튀는 놀라움들.
그래,
너는 무엇인지 모를 놀라움에
나는 무엇인지 모를 두려움에
그렇게 사로잡혀 미쳐 있었지.
음악에 눈을 감은 채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리는 현실
꿈속에 본 그것은
놀랍도록 행복한 시간이었지
헌데 나는 너에게
혼란스러운 애정을 강요했던 거야
잘못인 줄 알면서.
그래,
나는 현명한 줄 알았고
너는 바보인 줄 알았고
그렇게 서로에게 수 없이
거짓으로 섰던게지
이렇듯 시간 속에서
되돌아올 것을...
무려 35년 전에 썼던 글들을 찾았다.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만 같다.
이 시는 1987년 11월 4일부터 노트에 적어놓은 글 중에 한 편이다.
날짜 표기가 있는 것은 옮겨 적으나 날짜 표기가 없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린 소년 시절의 습작이라 부족하고 엉망이지만 가능한 있는 그대로 올린다.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나’를 그리워하며, 온통 사랑으로 분칠 해놓은 부끄러움을 꺼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