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集 사랑하는 이에게…
불이 꺼졌습니다.
내 방 자욱하던 하얀빛은
창 밖 어둠이 되었습니다.
멀리 별처럼 빛나던 네온사인은
소음으로 남았습니다.
이런 저녁,
편지지를 열고
끝도 없이 써 보이던 내 마음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써 보인 글이라거나
누구에게로 쓰는 편지인지 모른다고 할 때,
내용은 꿈으로 변해
밤하늘 쪽배를 타고 흘러갑니다.
내 사랑은 글로는 적을 수 없습니다.
꽃잎 위에 그릴 수도 없습니다.
날마다 연재로 쓰는 사랑의 편지.
그것은 곧
푸른 물방울 소리를 냅니다.
그대, 무얼 하시나요?
아침이면 얼룩진 편지지를 치우며
마치 다른 사람의 편지를 치워 버리듯...
시가 되었든, 바람이 되었든
이제는 내게로 오세요.
넓은 들판에 자유롭게 드러누워
마음껏 그대 사랑하는 것이 기쁨이라면,
진정 기쁨이 된다면 얼마든지 쓰지요.
그래서 오늘 밤에도
별을 주워 담고
바람을 불러들이고
휘파람을 수놓고 있습니다.
무려 35년 전에 썼던 글들을 찾았다.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만 같다.
이 시는 1987년 11월 4일부터 노트에 적어놓은 글 중에 한 편이다.
날짜 표기가 있는 것은 옮겨 적으나 날짜 표기가 없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린 소년 시절의 습작이라 부족하고 엉망이지만 가능한 있는 그대로 올린다.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나’를 그리워하며, 온통 사랑으로 분칠 해놓은 부끄러움을 꺼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