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集 사랑하는 이에게…
겨우 한 달 남짓,
너와 나에게 얼마나 길었던가
때론 시간이 무서워
밤을 지새우고
서로 웃어 보여야 했으니
봄이면 다 무슨 소용인가 했다.
그래도 봄은 왔다.
산천을 울긋불긋 물들이고
여기 가슴 한가운데도 왔다.
따스하게 감싸 안지 못했던
그동안의 기다림은
개화하여 만발한 꽃과 같고
지새운 밤들은 지고지순 자리한다.
노란 개나리 흩날리는 향기
발돋움으로 넘어보던 돌담 너머 추억
지금은 모질게 차가운 도시
어둠이 암울하게 배어있던 작은 방...
그래도 봄은 왔음이 틀림없다.
이제 마음껏 웃어나 볼까
네 손 끝 온기로 덮여
지난 차가운 시간을
우리 숨으로 바꾸어나 볼까.
무려 35년 전에 썼던 글들을 찾았다.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만 같다.
이 시는 1987년 11월 4일부터 노트에 적어놓은 글 중에 한 편이다.
날짜 표기가 있는 것은 옮겨 적으나 날짜 표기가 없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린 소년 시절의 습작이라 부족하고 엉망이지만 가능한 있는 그대로 올린다.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나’를 그리워하며, 온통 사랑으로 분칠 해놓은 부끄러움을 꺼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