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集 사랑하는 이에게…
어드매 갔다 이제야 왔소
내 눈은 명태 눈알이 됐소이다
짧은 나날이라 하면 짧소마는
내 치맛자락은 깃발이 됐소이다.
저 먼 바다 한가운데에서
폭풍처럼 불어온 탓에
기다림은 눈물조차 남기지 못했지마는.
이제 됐소.
오셨으니 됐소.
어드매 갔다 이제야 왔소
내 가슴은 하얀 재가 됐소이다
꼭 잡아주는 손길은 믿소마는
내 어깨는 저울추가 됐소이다.
달빛 서슬 젖은 늑대울음
먼 여행길을 홀로
외길로 걸을 수 있었지마는.
이제 됐소.
이리 안아주시니 정말 됐소.
얼마나 울었을까 모르시오.
얼굴이 있어도 표정이 없더라면 어쩔까
손길이 있어도 사랑이 없더라면 어쩔까
시간의 간사함이 나를 울렸소.
이제 됐소.
이리 사랑하시니 이제 정말 됐소.
무려 35년 전에 썼던 글들을 찾았다.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만 같다.
이 시는 1987년 11월 4일부터 노트에 적어놓은 글 중에 한 편이다.
날짜 표기가 있는 것은 옮겨 적으나 날짜 표기가 없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린 소년 시절의 습작이라 부족하고 엉망이지만 가능한 있는 그대로 올린다.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나’를 그리워하며, 온통 사랑으로 분칠 해놓은 부끄러움을 꺼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