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集 사랑하는 이에게…
어금니 악 물었더니
왜 그러니 하고 묻더라
질끈 동여맨 허리춤 탓이라 했네
퍼렇지도 못한 하늘
찌든 공기 위에서 훠얼훠얼
세월 날아가듯 가건마는
누구는 초연하게 웃으며
사랑이라 하고 앉아
세상을 내다보니 좁다란 마당일 뿐.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우리도 그들처럼 싸우고 다툴 테지
차갑게 서 있는 유리벽을 탓할 테지
애초에 사랑이었던가 의심도 할 테지
못해먹었던 마음 다 해볼 테지
허나, 절대로 말하지 못하리
실체가 어디에 있는지는
차마 말하지 못하리
구름 떠 가는 하늘마냥
너나 나나 초연하게 살아가면 그뿐.
거기 암초가 있는지
귀신처럼 저승으로 가던지
상관없이 웃으면 그뿐.
발바닥 고통스럽게
못을 밟은 날이라 해도
질끈 어금니를 깨물며
하늘이 참 고와서 그런다고
가끔 하늘 탓도 하겠네
그러면 눈물이 나마 고와지겠지.
무려 35년 전에 썼던 글들을 찾았다.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만 같다.
이 시는 1987년 11월 4일부터 노트에 적어놓은 총 60편의 연작시 중에 한 편이다.
어린 소년 시절의 습작이라 부족하고 엉망이지만 가능한 있는 그대로 올린다.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나’를 그리워하며, 온통 사랑으로 분칠 해놓은 부끄러움을 꺼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