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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헥토르 Jul 29. 2018

휴가 – 바르샤바 도서관 공중정원

차가운 날씨가 엄습하여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더욱더 옷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그 곳, 그 시간들. 나무가 엉성하게 곳곳에서 겨울잠을 자며 멈추어져 있고, 영화에서만 보던 커다란 까마귀들은 하늘을 뒤덮어 지상의 세계를 기웃거린다. 

Mokotov에서 자전거 도로를 따라 시내 쪽으로 한참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기웃거리는 까마귀 때를 보고 한국에서는 감상하기 어려운 매서운 검정 나그네들이 엄청난 세를 과시하며 내 앞과 위 그리고 옆을 지나간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 검정 나그네들은 하늘을 뒤덮고, 정신 없이 인간과 인간의 문명을 가로 질러 자신들만의 세상을 따로 만들어 간다. 

나름 늦은 나이에 공부를 좀 해볼까 하고, 곧장 자전거를 달려 바르샤바 도서관 앞에 멈춘다. 대화가 제대로 안되어 이리저리 헤매다가 바르샤바 도서관 2층에서 어렵게 1년 도서관 이용권을 10즈워티 주고 구매를 한 후, 사진을 찍고 카드를 발급 받아 나름 학생 흉내를 시도해 볼 수는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이제 공부를 좀 해볼까 했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다. 


1816년에 지어진 도서관이 숱한 세월 속에 책도 전쟁 중에 분실되었다가 다시 반환되고 하는 등 격동의 역사를 가진 이곳에서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될 것 같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나서 바르샤바 도서관에 있는 공중정원, 루프탑 가든을 방문하게 되었다. ‘Warsaw University Library Roof Top Garden’ 이라 불리는데, 나름 이곳이 Title을 가지고 있어 하나의 방문지로 마음속에 계속 선정해 놓고는 있었다. 유럽에서 가장 큰 공중정원이라는 명예를 가지고 있으며, 2002년에 오픈하여 그 후부터는 바르샤바를 찾는 관광객에게 숨은 보석의 코스이기도 하였다. 이 곳은 자연스레 땅에서 위로 가든이 펼쳐져 있고, 대부분의 장소가 땅으로 덮여 있어 수 많은 생명체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녹색 물결이 짙어 보는 사람도 편안하고, 그렇다고 산처럼 가파르지도 않다. 인간만 할 수 있는 또 다른 작품이라 할까? 간간히 조각상도 눈에 보인다. 사람의 손길과 자연의 손길이 함께 만나 이룬 이 정원은 이 둘만의 언덕이며, 공간이다. 모든 것이 우아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길이 있고, 아름다움이 소박하게 숨어 있는 이 정원에서 저 멀리 비스와 강을 보고 저 멀리 폴란드 스타디움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며, 저 멀리 문화과학궁전의 거대함을 또 감상하게 된다. 

도서관과 공중정원, 얼마나 잘 어울리는 공간들인가? 여기서 야근 때의 답답한 심정을 잠시나마 풀어본다. 


[공중정원의 모습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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