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서부터 투박한 이 바닥과 벽들은 화려한 그림 대신 곳곳에 피어 나있는 잡초들과 어울리면서 폴란드 역사의 중세로 인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같은 앙상하고 건조한 바닥에는 여러 종류 개미들이 각기 삶의 현장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즈음, 그 위에서 거만한 거인들이 만들어 놓은 의미가 제법 있어 보이는 조각상 들이 시선을 하나로 고정한 체 물끄러미 쳐다본다.
미술관 중에 있는 분수대에서는 여름계절에 한창 물을 뿜어내고도 남을 그러한 풍경이 연출이 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아 보이는데, 이미 오래 전부터 물의 추억을 오래 전부터 잊고 있었는지 분수대 바닥은 앙상하고 말라 있어 위태로운 미술관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지 아니면, 미술관 관리자의 불성실함 혹은 제정적인 이슈인지, 또는 보다 운치를 더해 보이려고 그냥 분수대를 돌리지 않는 것인지 온갖 추측을 낳게 하는 이 분수대부터가 심상치는 않아 보인다. 미술관 입구의 문은 닫고 열림이 반복되며 손님을 맏이 하느라 분주하다.
짐작하건대 이 미술관에는 폴란드의 대표적인 미술관이기에 15세기-17세기 이 시대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이 나라 중세의 작품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추측과 함께 그리고 대표적인 카톨릭 국가였기에 종교적인 작품들로 가득 매워져 있지 않을까라는 예측을 하면서 입구를 통과하면서 전시실로 들어갔고, 실제로 종교적인 작품들이 17세기까지 계속 상당부분을 차지하였다. 그 이후로, 18세-19세기 작품들은 인상주의, 표현주의 등으로 채워져 있었고, 야근으로 피로했던 눈을 잠시나마 붓으로 그려진 걸작에 맡겨본다.
이곳 미술관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Jan Matejko 가 그린 ‘그룬발트 전투’ 라고 볼 수 있다. 수 많은 폴란드 관람객들이 그 그림 앞에 서있기도 하지만 그 그림의 크기는 커다란 방의 한 벽을 완전하게 차지해 버리고도 남음이었다.
그림을 그릴 당시 폴란드는 이미 지도에서 사라진 19세기 중반에 폴란드의 애국화가인 Jan Mateiko가 폴란드의 위대한 역사를 상기하고, 자존심과 용기를 불어 넣기 위해 이러한 대작을 완성시켜 그들의 역사를 스스로 지켜나가고자 했으며, 지금까지도 폴란드를 대표하는 그림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이 그림은 폴란드에서 살다 보면 심심치 않게 다른 박물관, 전시관 등등에서 볼 수 있으니, 이 그림과 그림에 대한 배경을 기억해두는 것도 이곳에서 사는 외국인으로서 예의가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