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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헥토르 Aug 07. 2018

야근 때 생각 13

시간: 17:30 


워크퍼밋을 받아야 하는 날, 많은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황이라면 이 비자를 받기 위한 관공서 방문하는 그 시간도 아까울 때가 있다. 누가 대신 받으러 가면 적어도 집에 돌아가는 시간을 빨리 당길 수 있을 텐데 라는 안타까움의 말문을 한참 참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느 나라를 가던지 그곳에서 일하려면 워크퍼밋이 있어야 하고, 또 레지던트 비자를 득해야만 안전하게 사회 안전망 서비스를 어느 정도 누리고 받으면서 현지에 정착할 수 있는 첫 단계를 거칠 수가 있다. 

사우디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레지던트 비자를 받고 약 3년간 체류를 하였지만 이곳 폴란드도 역시 만만치 않은 거주비자 절차가 이곳 삶의 초반부터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회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하니 그나마 좀 낫긴 하지만 좀 귀찮은 절차처럼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 인사 부서의 폴란드 직원의 안내에 따라 비자 agency를 통해서 비자를 신청하는 공공기관에 도착하였고, 20분 내외 사무실 밖의 복도에서 기다리니, agency 직원이 안내를 정성스레 해주며 그 복잡한 서류 절차를 하나, 둘씩 풀어나가고, 그 비자센터 직원에게 설명을 하며 내려갔다. 

서로 간의 폴란드 말을 주고받으며, 이것저것 진행하는 동안 나는 주위를 보며 딴청을 폈는데, 우리 같은 동양인보다는 대부분이 유럽인들이 이곳 폴란드 비자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저분들이 누구냐는 질문에 비자센터 직원 말로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에서 직업을 구하기 위해 넘어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고, 대부분 그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무실에서 내 앞에 앉아 있는 Katisa라는 동료직원도 벨라루스 출신인데, 그 친구도 폴란드 국가에 와서 취직을 한샘이고, 자국의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 넘어온 것이 아닐까 라는 대략적인 추측을 내 머릿속에 남겨보았다. 생각보다 폴란드보다도 더 동쪽에 있는 나라들이 폴란드에 넘어와 살고 있다. 이민자들에 대한 폴란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공존과 포용에 대한 생각 이 부분은…..  


대다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보다 동쪽에서 온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의 이민자 들에 대해 어느 정도 사실에 기초한 고정관념으로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고 가난함 그리고 어려운 자국 상황을 피해 온 사람들이 폴란드 사회 속에서 얼마나 융화가 되고 있는지는 앞으로의 폴란드 앞에 놓인 숙제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유럽의 문제인 시리아 난민 문제 대해서도 폴란드 정부는 강경하게 난민 유입을 철저하게 막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독일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난민에 의한 테러, 폭력사태를 보며 그러한 강경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공존과 포용은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서로 순차적인 관계이다. 

공존이 있어야 포용이 있는 법인데, 아직 까지는 포용에 앞서 공존하는 부분에 있어도 아직 서툴러 보이는 폴란드에 비해 독일은 한 스텝 더 나아가 공존을 하고 동시에 포용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다소 과도기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보인다. 포용이 정착되고 자연스럽게 독일 문화와 정서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면 다양성을 가진 독일로 더욱더 강력한 국가의 힘을 가져나가리라고 생각되며, 반대로 폴란드는 단일 민족과 가톨릭의 주체적인 나라로서의 그 지위도 가져가는 것도 좋지만, 결국엔 세계는 다양성에 적응하는 시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고 피할 수 없는 미래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폴란드 사회에는 적어도 타문화에 대한 공존 방법 그리고 포용하는 방법을 미리 정부/시민 차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나를 모르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네가 사람을 모르는 것을 신경 써라’ 논어에서 나온 공자의 말씀처럼 아는 만큼 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사회운동과 시민들의 범세계적인 고민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다행히도 민간 차원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어학 지원이라든지 법률 자문을 도와주는 NGO가 폴란드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 들이 언제 간 폴란드도 앞으로 닥치게 될 다양성과의 공존에 대한 문제에 첫 실마리를 안겨다 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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