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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헥토르 Sep 01. 2018

야근 때 생각 18

시간: 17:30


푸시가 들어가는데, 마치 사회적인 어떤 포지션을 과시할 수 있는 정도의 레벨을 가지려 한다. 우리 같은 개미들은 어디서 말도 안 되는 보고서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사회적인 여론을 그리고 문제의식을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그 푸시가 보고서와 잘 포장된 말로 대응을 하는 대에 급급한 현실 속에 PM들은 어깨가 더욱더 무거워진다. 

보이지 않은 충성경쟁은 Best Practice라는 이름 아래에 모든 보고서는 다시 지나칠 정도로 획일화가 되고, 결국 보고서의 현지화는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 몫은 그대로 말단 직원에게 전가가 되고, 중간 Manager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로 쉽지 않은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그래도 Best Practice는 계속 발굴되어 선의 경쟁은 나름 계속 진행은 되어야 한다. 


양부장이 이야기를 한다.

“잘 보이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막기 위해 보고하는 거라고….” 보고에 열심히 얽매이는 이유도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큰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 정의한다. 

“길들이는 거야”.

그래. 길들이고, 길들여져 가는 거다. 

최근에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스페인 청년인 ‘다니엘 꼬르네호’ 가 한국 사회를 풍자하는 그림과 글을 표현하여 한때 화재가 되기도 했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인에 대한 생각을 한국인보다도 더 자세히 통찰력 있게 표현하였는데, 한국 직장에 대해서 공감이 가는 글이 많아 곱씹어 보곤 했다. 

‘일에 열정을 가져야지. 그러면 널 착취하기가 더 쉬워질 거야.’

‘사원용 의자는 다리 하나가 더 짧아. 일자리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말이야.’

‘물고기를 주면 하루의 식량이 해결됩니다. 낚시를 가르치면 매일 혼자 물고기를 잡을 수 있지요.. 그때부터 착취하세요.’

‘딱히 차별하려는 건 아니지만 여자를 채용하는 데에는 리스크가 있죠. 꼭 바쁜 시기에 임신해서 휴직하니까요.’ 


한국기업이 이렇다. 외국인 눈에도 직원들은 착취를 당하는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우리는 거기에 길들여져 있는 거고. 


노비 중에서도 가장 큰 노비인 CFO는 자본가를 너무나도 잘 대변한다. 어떻게든 노동시장에서 등가교환의 원리를 부정하고, 부등가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아무래도 정해진 부당가 교환이라는 것이 결국 ROI라는 이름으로 KPI 적용되어서 그런 것인지. 노동력이 만든 새로운 가치들과 임금의 차액, 그것이 “잉여가치”라고 하고 이것은 자본가의 손으로 넘어간다. 관리는 이 것의 “잉여가치”를 KPI라는 이름 아래 자본가의 손에 최대한 넘어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는데, 그럴수록 직원들은 “잉여가치”를 남기기 위해 쳇바퀴를 쉼 없이 뛴다. 우리 인생의 남겨진 진정한 “잉여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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