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흔적이 지나가니 잔잔한 호수도 넘실넘실 파도를 치다가 그 흔적이 사라질 때면 다시 잔잔해진다. 누군가가 말하길 내 마음은 호수라 하는데 그 호수처럼 살기가 쉽지가 않구나. 왜 자꾸 우리는 다른 배에 타고 있는 사람을 의식하는지. (Kisajno 호수에서)
탈무드에서 말하길 조각배에 타고 있는 사람이 비어 있는 배와 부딪히면 아무런 감정이 발생하지 않는데, 비어 있는 배에 누군가가 사람이 타고 있다면 감정이 촉발하여 그 사람을 나무라 하고, 신경질을 낸다고 한다. 우리 사람 관계도 딱 그러지 아니한가. 회사에서도 숫자에 사람이 없다면 죽은 숫자로 말하고, 그 숫자에 누군가가 엮여있거나 하면 그 숫자에 대해 칭찬 혹은 질책이 들어가게 된다. Kisajno 호수 앞에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흐린 날씨의 오전을 보낸다.
길쭉이와(Kisajno) 뚱뚱이가(Niegocin) 만나는 그 지점에 Gizicko가 있다. 길쭉하게 생긴 호수 Kisajno와 기지츠코를 지나 반대편을 보면 굵게 그리고 넓적하게 생긴 Niegocin 호수로 기지츠코는 도시에 항상 물을 달고 사는 곳임을 여러 군데서 알 수가 있었다. 도시 중앙으로 조금만 가면 이곳에서 가장 높은 Water Tower가 있어, 기지츠코를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고, 이곳의 역사와 미술을 이 Tower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첨성대인 듯하면서도 미래에 내가 꿈꿔왔던 이상적인 별 Tower도 흡사해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옛 마음과 다짐을 자극하고 한다. Water tower 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호수 물이 이곳저곳에 흩어 뿌려져 있고, 이러한 물의 장애를 쉽사리 극복하기 위한 구조물들이 쉽사리 눈에 띄기도 했다. 특히 육지와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가 개폐식으로 되어 있어 보트가 지나갈 때 옛날 방식으로 사람의 손을 이용해 수동으로 개방하고 다시 닫는데, 그 광경이 참으로 볼만 하였다.
낯선 풍경이라 그럴까?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사진으로 그 순간을 담아가기 바빴다. 다들 외부인인가 보다. 참고로 폴란드에서 하나밖에 없는 수동식 Rotating bridge라고 하니, 기지츠코를 방문하게 되면 이런 모습은 두고두고 잊지 않기 위해 보러 와야 할 것 같다.
곳곳에 숨겨져 있는 작은 호수를 여기저기 지나가 Niegocin 거대한 호수와 독대를 하게 된다. 부드러운 모래사장과 선착장을 끼고 저 멀리 뻗어 있는 호수를 바라볼 때면 여기는 호수가 아니라 바다가 아닐까 하는 착각도 잠시 들기 마련이다. 탄자니아에서의 수평선이 안보 일정도로 정말로 바다처럼 거대했던 탕가니카 호수, 빅토리아 호수와 단순히 크기로는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폴란드의 호수는 보다 더 사람의 때와 기계의 때가 묻어 나와 구경과 선망의 대상으로서의 호수로서 더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여기도 옛날에는 탄자니아의 호수처럼 삶의 대상으로의 호수로서 더 그 역할이 더해졌으리라.
이렇든 자연과 독대할 때면 감상에 빠지고 박물관에 가면 이성에 빠진다. 자연을 감상에 푹 빠지지 않으니 시간이 그리 빨리 안 간다. 아직 내가 자연과 밀접하지 않나 봐. 박물관은 과거와 끊임없이 대화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간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