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된다

by 박준영

"말도 안 된다 진짜"


새벽 5시. 매일 이 시간에 깨어나야 한다. 그리고 오늘은 정확히 4시 59분. 12초를 넘어가는 손목시계 초침을 보며 중얼거렸다. 마치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찰 카메라가 돌아가는 걸 알고 있는 사람처럼.


작은 꿈을 두 편 꾸었다. 먼저 꾼 꿈은 내가 주인공이었다. 2006년 어느 날. 어디에도 정확하게 '지금은 2006년이에요'라고 알려준 건 아니다. 풍경이 그랬다. 그 나무가 있었고, 그 건물이 있었고, 그 공기가 그랬다. 그래서 같이 걷던 사람에게 그렇게 말했다.


2026년을 살고 있는 내가 2006년을 걷고 있으니 기분이 요상했다. 지금의 나이가 당시 아버지의 나이에 가깝기도 했다. 지금의 시선으로 당시의 세상을 보니 생각나는게 많았지만 말까지 이어지는 건 오직 한 마디. '다 잘 될 거야'. 몇 번을 중얼거렸다. 별것 아닌 말에 평소에도 쏟지 않던 눈물이 차올라 애먼 버스만을 바라봤다. 한 번도 겪지 않은 그리움인데도 그렇고 그랬다.


새벽 3시 4분. 조금 더 잘 수 있겠다 싶어 몸을 추슬렀다. 이번 꿈은 내가 주인공은 아니었다. 영화관에 온 것 같았달까. 생에 한 번은 봐야겠지만 그러지 못했던 영화들이 뒤섞인 무언가가 펼쳐졌다. <로마의 휴일>로 보이는 배경에 <총알 탄 사나이> 아저씨가 <인디아나 존스> 스타일 옷을 입고 모험을 떠난다. 주인공 일행을 쫓는 악당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후속작이 나올 것을 예고하며 전기톱으로 머리를 빡빡머리로 만든 성룡이 너무도 인상 깊어서다.


그렇게 깨어났다. 4시 59분. "말도 안 된다 진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리움, 말 같지 않은 황당함을 각각 겪고 현실로 돌아와 한다는 말이 그랬다. 무엇을 향한 말인지는 아직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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