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말 1
#Uncluttered_문장_1
- 나는 이제 바깥에서 상황을 봐요. 내가 그 시절의 나보다 상황에 훨씬 덜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 거리를 두는 거죠. '무관심'은 지나치게 강한 표현이에요. 하지만 거리감은 항상 느껴요.
'사회적 거리두기'란 단어 자체가 생경했던 석 달 전과 달리 이제 우리는 어느 정도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거리두기에 익숙해지고 있다. 범위를 좁혀 직장인의 일상을 생각해보면 대다수가 여전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점심 시간엔 동료와 식사를 하고, 커피도 마신다. 하지만 지하철, 버스 안에서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허락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타인과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으려 노력한다. 테이블 가운데 올려 두고 여럿의 숟가락과 젓가락이 오고 가는 메뉴 보다는 개별 쟁반에 상차림이 제공되는 음식을 선호한다. 퇴근 후 회식은 되도록 지양하고, 사적인 만남도 가능한 자제하며 상식과 양심의 잣대로 재단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한나 아렌트가 언급한 거리두기는 지금 우리가 실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다른 지점을 논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작년 봄 이 책을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현재의 처지와 다리를 놓아 보게 된다. 사회적 연대와 결속을 위해 공동체로서의 결정을 지지하고 그에 최선을 다해 협조하되, 동시에 타인의 영역_공간과 시간_을 존중하고 일정거리를 유지하는 생활의 실천이 개개인에게 강조되된다. 그러나 이런 시기일수록 사회적으로 소외된 구성원, 현재 상황에서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구성원들이 타인과 사회로부터 거리감을 느끼고 무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행정력이 요구 되고 이를 단단하게 뒷받침하는 사회적 공감이 절실하다.
한나 아렌트의 문장과 맥락은 다르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이 상황에도 '무관심'은 지나치게 강한 표현이다. 성숙하고_좀 더 희망적으로는_따뜻한 거리두기가 정착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