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후은성 Apr 23. 2024

욕심없는 내가 되게 해주세요.

그리하여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지 않게 해주세요.

“욕심 없는 아이로 자라길 바랍니다.”


NY언니의 어머님은 NY언니를 임신했을 적 태교로 욕심 없는 아이가 되어 달라고 빌었다고 했다. 그 이유가 인생을 관통하는 통찰이나 다름없었는데, 욕심이 많으면 삶이 불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령 돈에 대한 욕심이 많다면 평생 돈을 좇을 것이고, 명예에 대한 욕심이 많다면 평생을 명예를 좇을 것이니. 그렇게 욕망하는 삶을 살다 보면 많은 부와 명예를 이룬다고 할지라도 만족치를 충족시키기가 어려워 외로이 삶을 살다 쓸쓸하게 삶을 태워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셨다고 했다.


외롭고, 쓸쓸한 삶.


겉으로 보이는 나는 욕심이 없는 편이지만, 깊숙한 내면을 잠자코 들여다보면 많은 욕망들이 꿈틀거린다.

학벌, 지식, 작가로서 성공하는 것.

그래서 내 기준치에 불만족스러웠던 한국 대학에 진학했을 때 적응하지 못했다. 그 뒤 해외 명문대에 기어코 진학하고 나서야 욕망에 대한 갈증이 해소가 되었다. 귀국하여 회사 생활을 할 때 일과 사람도 힘들었지만, 지식적인 부분에서의 발전이 없는 채로 멍청해지고 있는 나 자신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지지부진한 작가로서의 성취도도 나를 괴롭히는 요소가 되었다. 뭣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네,라는 생각에 외롭고 쓸쓸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나의 폐허는 유년기 시절 켜켜이 쌓인 상처보다도 욕심 많은 내가 원인일지도 모른다.


아프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현재, 생각해 보면 나는 많은 부분에서 욕심을 내려놨다. 성공에 대한 갈망은 한편에 치워두었다. 내가 작가로서 성공할 사람이라면 성공할 것이고, 성공하지 못한다면 창작하는 삶을 살다 이름 모를 작가 1로 생을 마무리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작품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하나다. 현재 진심으로 만족하기 때문.


어제, 작업하며 작업실 메이트와 얼마나 깔깔거리며 웃었는지 모른다. 언니, 작업실에서 언니랑 작업하고 있으면 왜 이렇게까지 행복하고 좋지?라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 가끔 가계부에 적힌 어마 무시한 작업 물품 구입 비용을 볼 때마다 돈에 대한 욕심으로 흔들리는 순간들도 왕왕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망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누군가의 시선으로는 돈도 명예도 없는 짓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괜찮다.


생각해 보면 NY언니와 만날 때 인생의 모토가 하나 둘 쌓이고 있는데 작년에는,


“인간관계는 max가 존재해서 새로운 인연이 네 인생에 들어온다면 반드시 고인 인연은 흘러 나가는 게 이치니 신경 쓰지 말라.”


였다. 이 말은 더 이상 내가 인간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설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올해는 작가로서 하나 둘 헤쳐나가고 있는 내가 더 이상 현실에, 타인들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도록,


“욕심 없는 내가 되게 해주세요.”


를 마음속에 아로새기며 살아가 볼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년이 된지 4개월이 지난 시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