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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이럴 수가!

더블 첵에 더블 첵을 했다는데!!!

by 꼬솜

드라이 어니언, 발사믹 식초, 땅콩버터, 치아시드 담아놓은 통을 찾을 수 없다고 남편에게 며칠간 여러 번 말했다. 짐이 들어오니, 빈집으로 예상했을 때보다 집이 더 작았다. 수납공간도 마땅치 않아 아직 6박스 정도 못 풀었기에 저 박스들 어딘가에 있겠지 했다.

아직 거실과 부엌에 쎃여있는 박스들

어제 남편이 날 픽업하려고 기다리다가 차에 타자마자 '야! 내가 뭘 발견했는지 알아?"

속으로 '몰라! 걍 말해' 싶었지만, 웃으며 뭔데라고 물으니, 사진을 대뜸 보여줬다.

내가 찾던 양념들이 그대로!

예전집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클리닝 레이디가 찍어서 리얼터에게 보냈고 리얼터가 다시 남편에게 보내 준 사진이었다.


인스펙션 할 때 리얼터가 남아 있는 짐을 보며, 2~3일 여유 줄 테니 편할 때 짐을 가져가라며 배려해 줬다. 이틀간 오고 가며 못 챙겨간 옷이며 짐을 날랐다. 금요일은 쓰레기통을 밖으로 내놓는 날이라, 쓰레기를 다 비웠는데도 리얼터가 밖으로 내놓았나 보다. 자긴 반대편에 멀리 있으니, 가까이 사는 우리가 쓰레기통을 다시 집으로 넣어 주면 좋겠다고 부탁해서 남편이 퇴근길에 쓰레기통 넣으러 들렀다.


다음 날, HOA에서 라얼터에게 앞마당 잡초 뽑으라고 메일이 왔다며, 잡초 좀 뽑아줄 수 있겠냐는 요청에 잡초까지 뽑아주고 왔다. 그러니 이사 후에도 남편은 예전 집을 수차례 갔고, 계속 빠뜨린 거 없는지 확인했단다. 그런데 부엌 찬장에 저리 고스란히 양념들이 있을 줄이야!


남편은 더블 첵에 더블 첵 몇 번을 했다는데...

딱 저기 저곳만 안 열어 봤나 보다.

열흘 만에 만난 나의 양념들! 미안하다 아가들!



백일 쓰기/ 예순넷째 날(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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