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마우스 패드는 아무 잘못이 없다

마우스 잘못도 아니다.

by 꼬솜

강호가 쓰던 아주 기다란 게임용 마우스 패드를 선심 쓰듯 줬다. 그게 아마 2년쯤 전일 거다. 마우스를 쓸 때마다, 얘는 왜 이리 잘 안 먹어! 이놈 시키 잘 안되니까 엄마 쓰라 줬구먼! 아니 또 마우스까지 왜 이래???괜히 마우스를 노려봤다가, 소득 없이 앞뒤를 살다가, 노트북으로 작업할 때마다 함없이 궁시렁궁시렁!


어제 강호가 세작교 소설방에서 쓴 장편 기획안이 궁금하대서, 파일을 열어줬다. 마우스를 만지작 거리더니, 뜬금없이 강호가 "엄마 왜 그래?"라 묻는다. 속으로 '넌 왜 그래' 싶었지만, 최대한 이쁜 표정과 말투로 대꾸를 했다.

- 어 뭐가?

- 엄마는 왜 거꾸로 써?

- 으잉??? 뭐 말하는 거야?

- 쓰면서 왜 마우스가 자꾸 안 먹지? 이럼서 욕하지 않았어?

- 어, 맞아! 어찌 알았누?

- 아니! 움직이지 말라고 빨판처럼 만들어 놓은 쪽에 마우스를 얹어서 썼는데 잘 굴러가면 이상한 거 아냐?


그랬다. 이상하면 바꾸면 되는데... 난 2년 동안 바꿀 생각은 않고, 아무 잘못 없는 마우스를 욕했다가 마우스 패드를 욕했다가, 마우스 패드 준 아들놈 욕했다가...

얘네들은 그간 얼마나 억울했을까. 비단 이 마우스패드에게만 그랬을까 싶다.


니들 잘못 없다. 불편하다면 뭐가 잘못된 건지,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지 생각하지 않고 불평만 한 내 죄지. 앞으로 달라질 것이야! 이제 그만 넣어도 불평은.

그동안 욕봤다! 마우스와 마우스 패드야.

백일 쓰기/ 여든다섯째 날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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