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에 설거지 알바를 시작했던 강호. 일주일에 한 번씩 하다가 익숙해지면서 알바 시간을 늘렸다. 강호가 번 돈을 차곡차곡 적금 통장에 모아뒀다. 5월 말 고등학교졸업과 동시에 강호 계좌를 독립시켰는데, 7월부터 자기가 버는 돈 직접 관리해 보겠단다. 다만,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기에, 성인이 됐으니 1/N 월세를 지불해야 한다고 일러뒀다. 4년간 컴퓨터, 휴대폰 구입하고 모아뒀던 만불. 석 달간 알바비 오천 불 포함 총 만 오천 불에서 월세를 뺀 13,200불 한화로 대략 천팔백 원 정도가 강호 통장에 있어야 할 돈이었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난 지금 강호 재정 상태는 바닥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지출 목록은 다음과 같다.
* 17일간 여행경비: $4,000
* 눈 녹듯 사라진 돈: $3,450 (한화:470만 원)
* 저축: 3,500
* 월세: $1,800 (7, 8, 9 - 3개월치)
* 자동차 부품비: $1,500
* 자동차 보험, 주유, 휴대폰 사용료: $750
7월부터 열심히 일했으나, 관리해 주던 통장 돈까지 곶감 빼먹듯이 먹어, 만불에서 2500불로 줄었다. 그나마 단기 상품으로 예금해 둔 천불 포함 딸랑 3500불 남았다. 지난달에 내게 빌려 산 휴대폰 920불, 자동차 수리비 400불까지 아직 갚지 못한 상태.
석 달간 사라진 3,450불, 어디다 썼는지 기억은 나냐니까 모르겠단다. 아놔. 이놈 제정신인가. 휴대폰비랑 자동차 수리비 1,320불 어떻게 갚을 참이냐고 물으니, 흰 수건 흔들어재낀다. "엄마, 이제부터 엄마가 다시 관리해 주면 안 될까? 나 용돈 받아서 쓸게. 얼마 줄 거야? 난 왜 엄마를 안 닮은 거지?" 환갑이 넘은 느그 아빠도 있으면 있는 대로 다 써재낀단다. 이제 열여덟인 네가 쉬울 리가. 삼 개월 만에 백기 들고 S.O.S 친 거 다행이라 해야 하나. 그나저나, 이놈 시키 경제관념을 어찌 심어줘야 하나.
예전부터 수입 50프로는 무조건 주식계좌랑 적금 계좌에 나눠 담으라고 했다. 아직도 주식 계좌는 아예 열지 않은 상태. 예금 상품은 단기로 넣어 금리 1프로 이하. 금리가 올라 예금 금리가 4.9프로짜리 있었지만 이미 놓치심. 이번 달부터 지출 통제에 따라 통장 잔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눈으로 보여줘야겠다.
2001년 연애 시작과 동시에 22년간 내게 통장 맡기고 잔고가 얼마인지, 자산이 알마인지 전혀 모르는 남편. 울 강호는 어떤 배필감을 데려오려나. 경제적 자립을 시켜줬는데 백일 만에 백기든 이놈에게 경제관념 제대로 박힌 처자가 와주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