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털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적은? 갸도 다 필요하니 자라는 생명일진데, 미관상 안 좋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잘리거나 뿌리째 뽑혀 나가기 일쑤.
남편은 가끔 드문드문 길게 튀어나온 눈썹과 귀에 난 털을 정리해 달라고 한다. 머리털은 빠지고, 이상한 데 털이 듬성듬성 나는 걸 보니, 나이 든 게 맞다며 볼멘소리다. 나이 들면 입 닫고, 더 잘 들으라고 귀에 털이 나는 건가. 나도 생각지 못한 애매한 곳에 하나둘씩 생겨 나고 있는 거 보니, 검버섯 같은 노화현상인가.
여기저기 삐져나온 남편의 털을 정리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필요 이상 남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삐져나온 털처럼 반갑지 않을 수 있겠다. 있어야 할 곳에 있었으나 선을 넘은 이유로 쥐도 새도 모르게 잘려나갈 존재로 치부될 수도. 먼지 걸러주는 코털도 필요 이상 길게 삐져나오면, 가위 먼저 집어 들지 않던가. 있어야 할 곳에, 딱 필요한 만큼 다가가는 법은 어디서 배울 수 있나. 악뮤의 매력학과에서 가르쳐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