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정도에 알맞게, 엇비슷하게 요령이 있게
남편이나 아이가 레시피를 물을 땐 재료를 알려주고 늘 적당히 넣으라고 답했다. 가늠할 수 없는 양인 적. 당. 히. 대체 얼만큼이냐며 정확한 양을 알려달란다. 답답하긴 나도 마찬가지. 누가 저울로 재면서 요리해? 대충 감으로 하지. 저울에 재는 건 베이킹할 때뿐이야. 나도 정확한 양을 모른다규!
어제 다리가 가려워 긁다 보니 손끝에 피가 묻어났다. 기어이 피를 보고서야 대책 없이 긁어댔음을 알았다. 가려움도 해소하면서 피부가 찢기지 않을 만큼 시원함. 라면 물을 얹을 때 물바다가 되거나 국물 사라진 라면을 만들지 않을 물 양, 국물 맛을 내지만 짜지 않을 소금 양. 음식 만들 때 적당함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잘 알겠는데, 사람과의 관계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선을 넘었다' 그 보이지 않는 선인 암묵적인 룰. "적당히"를 지키지 않았기에 선을 넘었을 테고, 관계는 틀어진다. 과연 적당히는 얼만큼인 걸까. 이런 기분이겠구나. "적당히" 음식마다 다른 재료와 간이 필요하듯 사람마다 다 달라 알기 어려운 얼마큼.
선 넘지 않고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과연 얼마큼이 적당할까. 말이건 행동이건 관심이건. 낯가리고 쭈뼛대고, 관계가 틀어진다 싶으면 먼저 놔버리는 적당히와 거리가 먼 어수룩함. 어설픈데 그렇다고 딱히 고칠 마음은 없는. 굳이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 책 싸매고 읽으면 대인관계 스킬이 좀 늘려나. 아님 그 요령이란 걸 좀 배우려나. 데일 카네기 책 졸리기만 하던데. 구제 불능인가. 대인 관계도 요리처럼 쉬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