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살아있는 랍스터 손질 맡던 날은 하필, 200인분 파티가 있던 날이었다. 어마무시한 양에 기절할 뻔했지만 곧 정신 바짝 차렸다. 랍스터 손질 첫 번째 임무는 나무젓가락 꽂기. 바로 삶아 버리면 몸통이 동그랗게 오그라들기 때문이다. 아니! 살아서 수많은 다리가 꼼지락꼼지락, 집게 다리 접었다 폈다 하는 저 아이를 손으로 잡아서 나무젓가락을 꽂으라고???
으아악! 소리 지르며 도망가는 내게 세프는 하나도 안 무섭다고 집게 다 묶였는데 뭐가 무섭냐는 핀잔과 물지 않을 테니 걱정 말라는 격려를 함께 보냈다. 팔딱 거리는 랍스터에 나무젓가락을 꽂을 때마다 으악 소리가 절로 났다. 계속하다 보니 두려움에 떨었던 처음과 달리 별 거 아니었다.
셰프가 손질하라고 알려주는 중/ 바로 바통 턴치 받아 젓가락 꽂고 있었음 으악!
삶고 나서 얼음 찜질 시키고 손질 바로 시작
삶아낸 랍스터를 얼음물에 담가 식힌 후에 집게, 머리, 몸통으로 나눠 손질했다. 집게에 있는 살은 셰프가 빼기로 하고, 난 몸통을 반으로 가르라는 지령을 받았다. 처음 갈라 보는 랍스터 몸통. 딱딱해서 칼이 안 꽂힐 등이 아니라 만만해 보이는 배를 공략했다. 랍스터가 이리 손질하기 어려운 거였나. 체중을 백만 프로 실어 칼로 눌러본들 반쪽으로 쪼개지지 않았다, 칼로 금만 내서 양쪽을 눌러 분리시킨 후에 가위까지 동원하며 반으로 갈랐다. 사투를 벌이며 다섯 마리쯤 손질했나. 보다 못한 세프가 칼 들고 출동했다. 배딱지가 아니라 등의 제일 약한 부분인 마디를 공략하란다. 셰프가 45도 정도 기울여 마디에 칼을 꽂고 내리찍으니 세상 쉽게 갈라졌다. 랍스터! 너 이리 쉬운 아이였던 거야?
등은 딱딱해서 가르기 힘들 거란 지레짐작으로 정면 돌파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딱딱해 보이는 등딱지에 공략 포인트가 있을 리 없을 거라 여겼다. 그나마 쉬워 보이는 배를 택했으나 효율성 제로. 힘과 시간만 배 이상 들였던 시행착오.
랍스터 손질하면서 인생을 배웠다. 무섭다고, 힘들어 보인다고 무조건 도망치지 않기. 문제 안에 답이 있으니 자세히 들여다보고 파악하기. 아무리 봐도 모르겠으면 물어보기. 혼자 낑낑대며 해결 못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감당할 방법을 몰랐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