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분째 정체 모를 '지직 지지직 지직 지지직' 소리에 다해와 다가는 신경이 곤두섰다. 상황실 모니터 남극지역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다가가 천장에서 내려와 남극을 클릭하자 드디어 아주 작게 목소리가 들렸다.
- 여기는 장보고! 여기는 장보고! 응답하라 두두리. 응답하라 두두리! 응급상황이다. 응답하라! 오버
- 여기는 두두리. 무슨 일인가? 오버
- 라르센 A와 B 빙붕이 파괴됐던 것처럼 파인섬 빙붕도 곧 무너지려 한다. 오버
- 또 다른 문제는 없는가? 오버
- 지구 온난화로 얼음 활주로가 다 녹아 두 달째 음식을 못 받고 있다. 대원들 모두 사흘째 굶고 있다. 오버
- 파인섬과 장보고 기지로 곧 구조팀 보내겠다 오버.
다해는 다시 입김을 불어 마을 등과 비상 알람 시스템을 켰다. '왜용~ 왜용~' 사이렌 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 다가 센터장이다. 1팀과 2팀 전원 남극복 입고 대기하라. ‘늘솜’은 2팀을 이끈다. 팡팡 가지고 모이도록. 1팀은 나와 함께 파인섬으로, 2팀은 늘솜 팀장과 장보고 기지로 출동한다. 남극 파인섬 빙붕이 무너지고 있고, 장보고 기지 근처 활주로가 다 녹아서 대원들이 굶고 있다. 모두 스마트 워치에 목적지를 입력하라. 실시!
엔터키를 누르자 다가와 1팀, 2팀이 순식간에, 남극에 도착했다. 남극복은 우주복에서 업그레이드된 최첨단 복합소재가 사용됐다. 산소통이 탑재되어 일주일간 진공 상태에서도 호흡할 수 있으며, 방열 기능으로 영하 100℃에도 끄떡없다. 또한 방수 기능이 있어 수중 작업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여기서 잠깐! 빙붕이란 ‘얼음으로 된 대륙붕’으로 육지의 빙하가 바다로 빠지는 것을 막는 댐 역할을 한다. 그런데 수십 년간 따뜻한 해류가 들어오면서 빙붕이 두께가 얇아졌고 대형 빙산으로 잘려 나가 해수면이 높아졌다. 이쯤에서 두두리 마을로 돌아가 보자.
다해는 3팀과 4팀에게 남극의 다른 빙붕 관찰을 명했다. 남극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다해는 다가에게 바로 메시지를 날렸다. 드드드드~ 드드드드 진동과 삐리리 삐리리 알람이 고요한 남극에 울렸다.
- 다가야. 다른 빙붕 3개도 지금 위험해.
- 거기가 어딘데?
- 라르센 C, 섀클턴, 윌킨스. 빙붕이 다 무너져 내리면 지구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될 거야.
- 알겠어. 그리로 팀원들 보낼게. 계속 상황 알려줘.
다가는 팀원을 각 빙붕에 보내기 전에 빙붕 수리법을 보여줬다.
- 팡팡 왼쪽 밑에 눈 결정 모양이 얼음 재생 버튼이다. 버튼을 누른 후, 빙붕을 잡고 박자에 맞춰 친다. 알겠나?
- 네! 알겠습니다.
다가는 1팀을 4조로 나눴다. 다가와 1번은 파인섬, 2번과 3번은 라르센 C, 4번과 5번은 섀클턴, 6번과 7번은 윌킨스로 이동시켰다. 8명 각자 맡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무너져 내리는 빙붕을 꽉 붙잡고 팡팡으로 살살 쳤다. 여기저기서 팡~팡팡팡 팡팡~팡, 팡! 팡! 마치 대~한민국 짝짝~짝, 짝! 짝! 소리 같았다. 팡팡으로 칠 때마다 빙붕은 조금씩 두꺼워졌다. 남극대륙 전체에 퍼지는 팡~팡팡팡 팡팡~팡, 팡! 팡!
장보고 과학 기지
장보고 과학 기지는 동남극 북빅토리아랜드 테라노바만 연안에 있다. 다가와 함께 남극 출장을 왔었던 늘솜 팀장은 과학기지 팀원으로부터 활주로 상황을 보고 받았다. 이름처럼 언제나 솜씨가 좋아 다가가 아끼는 제자다. 늘솜 팀장은 팀원들에게 활주로 상황을 전달했다.
- 마리오 주첼리 기지 활주로가 녹아 두 달간 보급품을 못 받았다. 아라온호가 보낸 보급품도 다 떨어졌다. 다음 보급품이 도착할 때까지 사용할 보급품은 지금 우리가 만든다. 팡팡 오른쪽 첫 번째 빨간 버튼이 바로 보급품 버튼이다. 팡! 팡! 팡! 세 번 세게 내리친다.
2팀 전원이 팡! 팡! 팡! 세 번 내리치자 장보고 대원들이 석 달은 너끈히 버틸 보급품이 팡 소리와 함께 생겼다. 보급품 정리를 마친 2팀은 활주로로 이동했다.
늘솜 팀장은 다가에게서 배운 제빙 방법을 팀원들에게 알려줬다. 활주로 전체에 퍼지는 팡~팡팡팡 팡팡~팡. 팡! 팡! 2팀 전원이 팡팡을 내리칠 때마다 다 녹았던 활주로는 빠르게 얼기 시작했다. 한 시간이 지나자, 활주로는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늘솜 팀장은 다가에게 모든 임무를 마쳤다고 알렸다. 다가는 2팀 전원 복귀를 명했다.
- 임무를 마치느라 모두 수고했다. 스마트 워치 홈버튼을 누르고 모두 센터로 전원 복귀한다.
늘솜 팀장이 이끌었던 2팀 전원 무사히 <다해가 센터>로 돌아왔다.
다가와 1팀은 한나절 넘게 바닷속에서 끊임없이 팡팡을 두드렸다. 그런데 갑자기 라르센 C 근처에서 해저 산사태가 일어나 라르센 D, E, F, G 빙붕이 무너지고 해일이 발생했다. 라르센 C에서 작업하던 3번과 4번이 유빙에 부딪히면서 잡고 있던 빙붕을 놓쳐 떠밀려 내려갔다. 3번은 다가에게 무전 교신을 시도했다. 여러번 시도 끝에 신호가 잡혔다.
무전을 받은 다해는 남극복에 부착된 센서로 3번과 4번을 찾아 센터로 복귀시켰다. 다가는 라르센 C 지역으로 이동해 무너진 라르센 D, E, F, G 빙붕을 복구했다. 다가와 1팀은 이틀간 무너진 빙붕 3천 톤을 복구하고 센터로 무사히 돌아왔다. 다해는 비상 알람 시스템을 껐고, 비상사태는 이틀 만에 해제됐다. 실종, 부상, 사망자 없이 모두 무사히 임무를 마친 다가와 1팀, 2팀 소식이 뉴욕 타임스에 실리면서 <다해가 센터>는 지구를 구한 곳으로 더 유명해졌다. 모두 숨 돌리고 쉬려는 찰나, 4팀의 막내 7번이 입을 열었다.
- 아휴!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아무 일 없겠죠?
모두가 다 한마음으로 “야!!!”를 외치며 7번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곳곳에서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