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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솜 Nov 13. 2023

쓰레기 지대 (GPGP)

해가 뉘엿뉘엿 산 넘어가려다 다해가 뭘 하는지 보려 잠깐 멈췄다. 창가에 기대 해를 보던 다가가 멈춰 선 해랑 눈이 마주쳤다. 해는 턱짓하며 다해를 가리켰다, 다가는 잘 모르겠다는 듯 어깨 한번 으쓱거리며 해에게 인사했다. 다해가 뭘 하는지 궁금해진 다가는 고개를 획 돌리며 다해를 불렀다.    

- 누나 뭐 해?

- 어 다가야 이거 좀 봐봐.

- 웬 쓰레기 더미? 근데 왜 물 위에 둥둥 떠 있어?

- 하와이 근처에 쓰레기 지대가 있다나 봐. 우리나라보다 열여섯 배나 더 크대.

- 진짜? 대박!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다 어디 갔나 했는데, 다 저리로 갔나 봐.

- 그러게, 정찰병 좀 보내볼까?


다해와 다가는 하와이에서 유학 온 마이클, 강의 옛말인 강가람, 하고자 하는 바는 꼭 이뤄내는 이루리까지 셋을 센터장실로 불러 모았다. 마이클은 엄마가 한국 사람이라서 한국말도 잘하기에 아직 새내기 수련생이지만, 영어가 서툰 가람이랑 루리에게 큰 힘이 되어줄 거라 특별히 이번 정찰팀원으로 뽑혔다. 외부 촬영 카메라와 통신장비가 내장된 최첨단 스쿠버 장비와 업그레이드된 팡팡까지 모든 준비를 마친 정찰팀은 1997년 찰스 무어 선장이 무풍지대에서 처음 발견한 GPGP (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 쓰레기 지대 정찰병 임무가 떨어졌다.


잘 가다가 근처에서 마이클이 옆길로 샜다. 하와이 살 때 자주 봤던 혹등고래가 걱정되어 센터장에게 보고나 허락받지도 않은 채 정찰 위치에서 벗어나 마우이섬으로 향한 것이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마이클에게 무전을 쳤다.  

- 마이클 정찰 위치에서 벗어났다. 지금 어디인가? 오버

- 마우이섬에서 혹등고래에게 별일이 없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오버

- 앞으로 보고 없이 단독행동은 금한다. 오버

- 죄송합니다. 오버

- 요즘 바다 생물들이 플라스틱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얘길 들었다. 혹시 혹등고래를 만나면, 고래 속도 살펴봐라. 오버

- 네 알겠습니다. 오버


혹등고래 페이니를  발견한 마이클은 페이니 가까이 가서 동물과 교감하는 커뮨패치를 등에 붙였다. 배 안을 들여다봐도 되겠냐고 페이니에게 물었다. 크기가 16미터나 되는 페이니는 입을 벌려 마이클을 뱃속에 들어가도록 도와줬다. 페이니 입속은 그야말로 플라스틱공장 같았다. 어떻게 아직 숨을 쉬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 다가 센터장님, 혹등고래 안이 플라스틱 천지예요. 플라스틱을 어떻게 없애죠? 오버

- 팡팡 가운데 보면 물결무늬가 해양 쓰레기를 근처 쓰레기 처리장으로 이동시키는 장치다. 오버

- 네, 알겠습니다. 오버


몸무게 42톤인 페이니 배에서 나온 쓰레기만 2톤이 넘었다. 보통 혹등고래의 몸무게는 30~40톤인데, 몸에 쓰레기가 쌓였던 터라 2톤이나 몸무게가 더 나갔다. 오랫동안 소화불량에 시달렸으나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점점 시름시름 앓던 페이니. 몸속에서 플라스틱 2톤을 빼내자, 그간 더부룩했던 속이 확 뚫렸다. 페이니는 마이클 주변을 맴돌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사이 가람이와 루리는 쓰레기 지대 근처 바닷속을 살피다가 그물망에 목이 돌돌 말려 옴짝달싹 못 하는 하와이 녹색 바다거북을 발견했다. 가람이가 칼로 조심스럽게 그물망을 제거했지만, 거북이는 여전히 숨을 잘 쉬지 못했다. 루리가 거북이 입을 벌려 살펴보니, 비닐봉지가 다른 플라스틱과 엉겨 붙어서 거북이 왼쪽 입안을 틀어막고 있었다. 루리가 핀셋을 꺼내 입속에 있던 딱딱해진 비닐봉지를 꺼내자, 거북이는 거친 숨을 한꺼번에 내쉬었다.    

- 가람아! 이러다가 바다 생물들 다 죽겠어. 얼른 쓰레기 치우자.

- 센터장님이 우리 보고 살피라고 했지, 쓰레기 치우라고는 안 했잖아.

- 그럼 이렇게 두라고? 저 녹색 거북이가 플라스틱 때문에 숨 못 쉬는 거 못 봤어? 그냥 두면 저 쓰레기들을 자꾸 삼킬 테고, 플라스틱은 자꾸 물에 깎여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단 말이야. 그럼 그걸 바다생물이 다 먹고, 우리도 먹고 다 같이 플라스틱이 몸에 차곡차곡 쌓여 독이 될 거라고!

- 알았어. 루리야. 얼른 치우자. 가운데 물결무늬 누르면 쓰레기장으로 이동한다고 다가 센터장님이 얘기해 주신 거 기억나. 내가 치우고 있을 테니까 넌 좀 진정하고 마이클 좀 불러봐 봐.

- 야! 마이클 너 어디야? 빨리 와 여기 쓰레기 끝이 안 보여. 우리 둘이 언제 다 치워?

- 나 마우이섬. 혹등고래 배 속에 있는 플라스틱 빼내느라 좀 늦었어. 미안해. 바로 그리로 갈게


마우이섬에서 쓰레기 지대로 이동하던 마이클은 카우아이섬 근처에서 죽은 향유고래를 발견했다. 혹등고래보다 1미터나 더 컸다. 잠시 안을 살펴봤더니 그물, 비닐봉지, 낚싯줄, 먹장어 통발 등 플라스틱 폐기물이 한가득. 페이니도 조금만 늦었으면 저 향유고래처럼 죽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쓰레기 지대로 마이클이 도착하자 셋이 함께 팡팡으로 쓰레기 치웠다. 하루 종일 셋이서 물결 버튼을 끊임없이 눌렀지만, 쓰레기가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았다. 팡팡이로 쓰레기를 빨아들여 이동시키다 보니, 팡팡 배터리도 간당간당했다. 셋으로 이 거대한 쓰레기 섬을 치우려면 백 년도 더 걸릴 것 같았다. 루리가 센터로 도움을 요청했다.    

- 다해 센터장님, 우리 셋으론 도저히 이 많은 쓰레기가 감당이 안 됩니다. 지원팀을 보내주시겠습니까? 오버

- 알겠다. 수고가 많았다. 정찰팀 업무를 무사히 마쳤으니, 센터로 돌아와라. 오버


홈 버튼을 누르고 센터로 무사히 돌아온 마이클, 가람, 루리는 영상자료와 함께 쓰레기 지대 심각성과 바다생물 플라스틱 오염을 보고했다. 다해와 다가는 두두리 마을 주민 모두를 소환해 쓰레기 대로 보냈다. 출장 일주일째인데 쓰레기 지대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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