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시간이 흐를수록

소홀해지는...

by 꼬솜

며칠 새 차 두대가 다 쓸렸다. 강호는 누가 박고 간 거라 말했지만, 자기가 차를 세우려다 뒷바퀴 부분이 기둥에 쓸린 것 같다. 남편 차는 주차장에 얌전히 세워둔 차를 다른 이가 차를 빼다가 앞 범퍼 부분을 긁었다.


2014년형 알티마를 올해 무상으로 받은 강호, 곧 1년 되는 산타크루즈 아직 2년 할부금이 남아있는 남편. 이 둘의 그슬림에 대한 태도가 상반됐다. 더 깊게 많이 패인 강호는 눈하나 깜짝 않고 "어 긁혔어. 누가 긁었나 봐."란다. 차를 고칠 생각이 전혀 없는 강호. 반면, 남편은 눈이 땡그래져 차를 보란다. 살펴보니 앞 범퍼가 그슬린 거 말고 별 탈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이 장황했다.


곰곰 생각해 봤다. 두 남자가 차에 대한 태도가 왜 이리 다른지. 강호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차를 무상으로 받았다. 그것도 새 차가 아니라 아빠가 타다 넘긴 중고차로. 지난 7월에 이미 사고를 한 번 냈던지라 이미 많이 망가진 상황이기도 하다. 남편차는 아직 흠집 한번 안 난 아끼는 베이비.


만약 강호도 남편처럼 자신의 노고가 들어간 돈을 들여 새 차를 뽑았다면 저리 태평하게 아무렇지 않았을까? 만약 남편이 새로 산 산타크루즈가 아니라 곧 10년이 다 돼가는 알티마를 긁혔다면 저리 소란을 피웠을까?


물건이건 사람이건 새것을 막 손에 넣었을 때 혹은 관계를 시작했을 때, 물고 빨고 애정이 넘쳐난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졌는지, 낡아서 그런지 관심이 점점 시들시들다가 사그라진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강요할 생각은 없다. 초심을 잃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기에. 다만 익숙해졌다고 편안해졌다고 낡았다고 관심을 꺼버리는 건 참 슬프단 생각이 들었다.


#북적북적11기 #라이트라이팅 #라라크루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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