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 파블로바(마음 챙김의 시>, 류시화엮음, 수오서재, 2020
유난히 피곤한 한 주다. 퇴근하고 픽 쓰려졌다가 깼다. 10시 57분. 앗! 아직 자정이 되지 않았다며 안도하며 왼손필사 시작. 몇 달째 왼쪽 팔을 잘 쓰지 못한다. 이젠 가만히 있어도 아프다. 병원에서 아직 진단을 받지 않았기에, 증상만 보고 오십견이라 자가진단 내렸다. 다음 달에 연세 세브란스에서 어떤 진단을 내릴까?
아주 짤막한 이 시를 필사하는데 왼손이 벌벌 떨렸다. 유달리 더 삐뚤빼뚤했던 오늘의 필사. 힘겹게 뜬 실눈만큼이나 힘겹게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썼다. 쓰면서 느꼈다. 어쩜 이 시는 나랑 이리도 닮았나 싶었다. 아주 오랫동안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추락하는 삶을 살아내는 중이고, 글을 쓰며 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라 더 와닿았던 <날개>
왼손 쓰기 스물여덟째 날
11/28/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