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 전부터 오른쪽 발이 아팠다. 별일 아니겠거니 넘겼는데, 점점 통증이 심해졌다. 한국 간 김에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소건막류 진단을 받았다. 영문명은 bunionette, 별칭으로 Tailor's Bunion이란 말이 있듯 오래 서서 일하느라 생긴 직업병이었다. 교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술하자고 했다. 이번엔 한국에 머무는 기간이 길지 않아 당장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니, 신발이 발에 닿지 않는 볼 넓은 신을 신을 것. 진통제와 관절염 약을 처방하면서 정말 아플 때만 먹고, 되도록 먹지 말라고 했다.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남편에게 발 양옆이 신발에 닿지 않는 폭이 넓은 넌슬립 슈즈를 사다 달라고 했다. 새 신을 받자마자 그간 정들었던 내부 공간 높고 보통 폭의 넌슬립 슈즈를 미련 없이 버렸다. 문제는 새 신발이 폭은 넓으나 납작해서 발등이 닿는다는 것. 예전 신발과 다른 부위를 압박했다. 밑창 쿠션도 없어서 플랫슈즈와 진배없었다. 아! 구관이 명관이었던 걸까.
맞춤 신발이 아니고서야 처음부터 발에 꼭 맞는 새 신이 있던가. 백인백색 발에 공장에서 정해진 사이즈로 찍혀 나온 신발이 딱 맞는 게 더 이상할 듯. 며칠째 쩔뚝거리며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병원에서 파는 특수 신을 사 왔어야 했나?
언제쯤 새로 산 신에 발이 길들여지려나? 혹은 언제쯤 새 신이 내 발에 길들여지려나? 인간관계만큼이나 어렵고 시간이 필요한 새 신 편해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