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attack

NDR(Do-Not-Resuscitate order)

by 꼬솜

심장마비로 잘 못 불리는 "heart attack" 남편이 어제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했다. 아침 5시 반, 안방에서 빤쥬만 입고 서성거리다가 욕조에 앉기를 반복했다. 그게 너무 눈에 거슬려서 "지금 뭐 하는 건데?'라며 버럭 했다. 남편이 평소와 다른 목소리로 "숨이 잘 안 쉬어져."라고 했다.


9년 전 오르막을 따라올 때, 남편이 헉헉대며 잘 걷지 못 하자, 핀잔을 줬다. 그때도 남편은 숨이 잘 안 쉬어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그래도 건강 검진을 받기로 했는데, 까먹고 아침에 커피를 마셔버렸다. 검진받으러 못 갔고, 다음 날 남편은 쓰러졌다.


오른쪽 전체에 마비가 오면서 말도 하지 못했다. 이유는 "stroke(occurs when something blocks blood supply to part of the brain)"

며칠째 원인을 찾지 못했었고, 의사에게 숨이 잘 안 쉬어진다고 했으니, 심장 검사를 요청했다. 심장초음파를 통해 원인을 찾았고 "심장확장병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심장이 커져 제 기능을 못 하면서 혈전이 생겼고, 그 혈전이 뇌를 막았기 때문에 뇌졸중이 온 것이었다.


"그때랑 같아? 지금 병원 갈까?"

"아니야. 그때랑은 많이 달라."

"그럼 강호 있으니까, 좀만 이상해도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해."

"응, 얼른 잘 다녀와."


퇴근 3시간 전, 여태껏 전화가 없길래 출장 다녀와서 피곤해서 그랬나 보다, 별일 없나 보다 했다. 강호가 전화를 안 받아서 남편에게 전화하니, 응급실이란다. 병원에 있는 강호에게 얼른 와달라 했다. 운전을 못 하는 게 이리 한이 될 줄 몰랐다. 마른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데 소낙비가 쏟아졌다. 애꿎은 날씨 같이 급작스레 찾아온 아빠의 병에 아이가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였다. 아직 병실을 배정받지 못해 보호자 한 명만 가능하다며 나를 집에다 데려다주고 강호는 다시 병원으로 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숨이 안 쉬어져" 이 말을 듣자마자 병원으로 데려갔어야 했다. 그런데 어마무시한 병원비 걱정이 먼저였다. 5년 전, 남편이 독거미에게 물려서 병원에 하루 입원했을 때 병원비가 거의 삼천만 원이 나왔었다. 아이가 눈이 시뻘겋게 됐을 때도 "얼른 병원에 가자" 했지만, 강호는 내 마음을 알았나 보다. "엄마 하루만 더 기다려 보자." 남편도 아이도 내가 뭘 걱정하는지 안다. 나는 가족의 생사보다 생계를 더 걱정하는 나쁜 아내, 나쁜 엄마다.


바로 병원에 못 갔지만, 버텨 준 남편이 고마웠고, 내가 원망스러웠다. 병실이 잡히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그사이에 폭삭 늙어버린 남편을 보자 눈물이 튀어나왔다. 소리 없이,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을 남편이 닦아 주며 "괜찮아. 다 괜찮아." 어깨를 토닥였다. 강호가 쉬러 집으로 갔고, 운전할 때 많이 힘들어 보였다고 하자, 남편이 이유를 말해줬다.

남편이 의사에게 NDR에 사인한다고 했을 때 강호가 옆에 있었단다. NDR은 심장이 멎었을 때, 심폐소생술을 지 말라는 것. 이제 열여덟 살 된 아이가 들을 말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다행이다. 정말... 이만하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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