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6시, 산책하러 나가려는데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못 나가는 아쉬움을 달랠 겸 사부작거리다 전자책을 폈는데, 눈이 뿌옇고 침침해서 잠깐 쉰다는 게, 세 시간을 내리 잤다. 일어나 보니 10시. 뒷마당 문을 열어 바깥공기를 확인하니, 선선한 산들비람까지 불었다.
비 냄새를 맡아본 적 있는가? 비가 내리기 전과 후 냄새가 다르다. 내리기 전에는 묵직하고 텁텁하고 찐득한 흙냄새가 났다면, 후는 그 텁텁함이 말끔히 씻겨 내려간 냄새다.
동네 한 바퀴
늘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했던 하늘. 어디를 가도 똑같은 파란 하늘이었는데, 구름이 한 발짝만 떼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아침 10시가 지났지만, 새벽 공기처럼 맑다. 나뭇잎 냄새, 꽃잎 냄새가 평소보다 더 진하다. 땅이 바싹 다 마르기 전에 밟아 좋고, 가슴 한가득 들어오는 상쾌한 숨이 감사하다. 내일은 또 다른 어떤 일이 펼쳐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