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쓰기는 <검은 별 Toni>님 따라 '나도 백일 쓰기 해볼까'가 시작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서로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며 글과 마음을 나눈다. 글을 올리면 백여 명이 조회, 스무 개 내외 라이킷, 학우들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남긴다. 남의 글을 읽고, 동감하고, 라이킷에 체크하고, 댓글을 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혼자 정한 매일 아침 6시 마감. 팔리지 않고 돈도 안 되는 글, 딱히 백일을 관통하는 주제도 없다. 하루하루 살면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말을 건져 올렸다. 오늘이 열 번째 마감이다. 열 번 마감을 열 번 더 해야 백일 쓰기가 끝난다.
한 학기 동안 귀에서 피나게 들었던 말은 "뭐든 써라! 한 줄이라도 써라! 그러나 매일 써라!"였다. '한 줄만 써도 글이 는다고? 왜? 에게... 한 줄인데?' 열흘 지나고 알았다. 포인트가 잘 못 됐다. 한 줄이 아니라 "매일"이 포인트였다. 한 줄만 쓰는 게 더 어렵다.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기까지가 어렵지, 약 올리듯 깜박거리는 커서 보고 있으면 열받아서라도 쓰니까.
열 번 마감을 하고 조금 알 것 같다. 왜 교수님들이 그렇게 "매일 쓰기'를 강조하셨는지. 매일 글을 쓰려면 의미 없이 흘려보내던 것, 특별할 게 없는 사물, 사건, 말을 붙잡아야 한다. 9개의 글 중 5개 (혼합그룹, Chicken Pox, 치즈 보드, Professional Student, 비 냄새가 나) 찰나의 말을 붙잡아 쓰지 않았다면, 흔적도 없이 흘러갔을 거다. 쓰다 보면 하루를 곱씹고 또 곱씹는다. 붙잡아 두는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 더 예민하게 세상을 보는 훈련을 할 수 있는 게 매일 쓰기다. 이참에 매거진 제목을 '백일 쓰기'가 아니라 '매일 쓰기'로 바꿔야 하나?
백일 간 치성드리는 마음이다. 생각날 때,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꺼내 생각 파편을 하나씩 정리한다. 아직 부족하고 신변잡기 같은 이야기를 쓰는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뾰족한 글을 쓸 날이 오지 않겠는가. 열심히 말고 꾸준히. 그게 핵심이다.
백일 쓰기/ 열째 날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