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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솜 Mar 27. 2023

식스 플래그에서

1) 정말 이러기야?


   ‘뭘 저렇게 까지 꽈? 저게 가능해?’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드는 생각이다. 아들과 떠나는 두 번째 모자 여행에서 현실이 영화보다 더 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지는 놀이동산인 식스 플래그! 2월 10일에 항공권, 호텔, 식스 플래그 자유이용권, 식사와 음료권 모두 예약했다. 5년 만에 여행이라 손꼽아 그날을 기다렸다.


출발 3일을 앞두고 오전 6시 50분 비행기가 밤 9시 13분으로 바뀐 공지 메일이 왔다. 사과한 줄 없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63km, 게다가 30km 정도는 지하철도 다니지 않는다. 밤 10시 반이 넘어서 어떻게 이동하라는 건지? 불가능한 일정으로 예약을 취소하게 만들고 환급도 안 해주는 갑질이 웬 말인가?


항공권 예매 대행업체에 상황을 설명하니 항공사에 직접 알아보란다. 프런티어 항공사 전화번호는 어디에도 없다. 상담은 챗봇으로만 가능했다. 남편이 챗봇으로 상담하고 환급을 요청했다. 순진한 남편은 전액 환급 가능하다는 말만 믿고 남편은 항공권을 취소했다. 불행히도 남편은 그 대화 내용을 캡처하지 않았다. 몇 분 후 취소 확인 메일이 왔다. 메일에 나온 링크를 클릭하니 환급 방침이 떴다. 출발 7일 이전 취소는 50퍼센트 지급하지만, 그 이후에는 환급하지 않는단다.


    부랴부랴 플릭스 버스를 예약하는데 승인 거절 메시지가 떴다. 남편 카드도 역시 승인 거절! 혹시나 카드 승인됐는지 확인하니, 이미 123.95달러 승인됐다. 예약 번호, 버스표, 메일도 받지 못했다. 플릭스 대표 번호로 전화하니 앱을 사용하라며 자동으로 전화가 끊겼다. 챗봇에 연결하니 세월아~ 네월아~ 답이 없다. 휴대전화 화면만 붙잡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 시간이 좀 지나서 창을 확인하면 2분 이내에 답변하지 않았으므로 연락을 끊겠다는 메시지가 떠 있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챗봇과 연결됐다. 잘못 승인된 금액을 전액 환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나는 그 대화를 캡처했다


   이제 신용카드 문제를 해결할 차례! 은행에 전화를 걸어 버스 예매를 하려는데 승인 거부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평상시와 다른 결제 형태라서 부정 사용으로 간주해 자동으로 승인 거절 됐단다. 아마도 플릭스 버스가 독일회사여서 그랬나 보다. 승인 거부가 풀렸으니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승인 거부! 남편에게 전화해서 카드로 예매해 달라고 했다. 은행에서 카드 사용 확인 문자가 왔다. “Yes”라고 전송하고 남편에게 예약번호를 알려달라니까 받지 못했단다. 엥??? 다시 은행으로 전화해서 오전에 했던 말 무한 반복했다. 카드 제한이 풀렸고 8시간 만에 버스를 예매했다.  


출발 하루 전, 남편이 일기예보를 검색하더니 비가 오니까 우산이랑 바람막이 챙기란다. 2박만 할 예정이라 각각 배낭 하나씩 들고 가려는데, 강호 옷이 제법 많다. 버스는 무료로 짐을 넉넉히 실을 수 있어 이것저것 쟁여 넣다 보니 캐리어 2개, 배낭 2개가 됐다. 비가 온다기에 바람막이는 챙겼지만, 비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우산은 넣지 않았다. 버스표 캡처해서 보내면서 남편에게 버스 정거장 위치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마음 챙김: 대안은 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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