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당일, 9시 출발 예정이지만, 7시 반쯤 집에서 출발했다. 남편이 8시 20분에 시저스 호텔에 내려줬다. 사람들도 있어서 안심하고 기다리다가 주변을 살펴보니 5년 전에는 보였던 플릭스 표지판이 없다. 온통 “Uber”다. 구글 맵으로 버스 정거장 주소를 넣으니 도보로 18분이나 떨어져 있다. 어물쩍거리다 15분이나 지났다.
앱에서 알려주는 대로 따라갔는데 막다른 길이다. 10분 남았는데 소요 시간은 13분이라 뜬다. 다행히 길을 찾았고 목적지까지 직진만 하면 되는 상황! 그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둘이 발바닥이 안 보이게 내달린다. 저 멀리 사람들이 보이고 버스 한 대가 서 있다. 그런데 녹색이 아니라 아무 표시도 없는 하얀색 버스다. 1분 남았다. 플릭스 표지판이 있다. 가까이 가서 물으니 ‘앗싸!! LA행이 맞단다!’ 버스는 시저스 호텔 근처도 안 갔다.
버스표에는 좌석 번호가 있는데, 버스 안에는 좌석표시가 없다. 남은 자리라곤 맨 끝 화장실 바로 앞, 강호는 바로 앞자리, 강호 옆에 흑인 남자는 화장실을 1분마다 한 번씩 들락거리며 나올 때마다 문으로 나를 쳤다. 다섯 시간 반 내내 저런다. 맨 끝이라 여유 공간이 없는데, 의자를 끝까지 눕혔다. 궁둥이도 아픈데 다리도 오므려야 했다. 혐오범죄라도 당할까 봐 혼자 끙끙댔다. 40분이 지체되어 2시 35분에 LA 다운 타운에 도착했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지하철을 타고 코리아타운에 도착했다. 다시 LA 가면 꼭 먹겠다던 북창동 순두부 주소를 구글 앱에 입력했다. 길치인 우리는 같은 자리를 10분째 뱅뱅 돌기만 했다. 하필 근처 건물 공사하면서 인도까지 막아 놔서 찾기가 더 힘들었다. 그 자리에서 좀 더 직진하니 식당이 있다. 한나절 동안 쫄쫄 굶은 우리는 쇠라도 뽑아먹을 기세였다. 우리 둘 다 옷에 고추장, 밥풀 묻힌 것도 모자라 입술과 손가락에 게장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며 식당을 나왔다. 이제 디저트 차례!
바로 길 건너 대형 커피숍을 놔두고 와플도 맛있어 보이고 커피숍 분위기도 괜찮을 것 같은 곳을 골랐다. 1.3km는 그리 가깝지 않았다. 초행길인 데다 짐까지 있어서 더 멀게 느껴졌다. 그냥 길 건너 커피숍으로 갈 걸 싶었다. 옷을 좀 두툼하게 입은 터라 땀까지 쫄쫄 났다. 얼른 어디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아무 데라도 가려는데 이젠 또 커피숍이 안 보인다.
드디어 찾던 커피숍 발견. 커피랑 와플 세트 먹으면서 H 마트 위치를 검색하니까 바로 근처다. 와! 얼마만의 행운인가? 안 그래도 짐이 한가득하지만, 반가운 마음에 컵라면 한 상자랑 간식거리를 사서 나가려는데 치킨집이 있다. 베가스에도 치킨집이 있긴 한데 한국처럼 바삭하지도 않고 양념 맛도 다르다.
양념 반 마리, 제일 잘 나간다는 생맥주를 시켰다. 그 맥주가 다 떨어졌고 어떻게 하겠냐고 묻길래 그다음 잘 나가는 걸로 달라고 했다. 생맥주는 시원한 맛으로 먹는 건데… 헉! 따뜻했다. 차가운 걸로 바꿔 달라고 해야 했나? 아까 준 얼음을 넣었더니 싱거워졌다.
3년 된 휴대전화는 요사이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10퍼센트만 남아서 직원분께 충전을 부탁드렸다. 근데 강호가 가지고 있던 충전기가 고속충전기가 아니어서 우리가 먹는 동안 딱 5퍼센트 더 충전됐다.
숙소로 가는 버스 번호만 메모하고 배차간격, 막차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저녁 6시니까! 버스를 타려는데 승차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안내 표지판을 잘못 봐서 승차장을 못 찾았다. 다행히 경찰 아저씨를 만나 버스 정류장을 찾긴 했다. 그렇게 헤매는 동안 막차를 놓쳤다. 어쩔 수 없이 리프트(우버 경쟁업체)를 불렀다. 15퍼센트였던 배터리는 그새 6퍼센트밖에 안 남았다. 카드 승인을 하려는데 휴대전화가 꺼졌다.
강호 휴대전화기로 겨우 리프트를 불러서 숙소에 도착했다. 아까 치킨까지 먹어서 배가 안 고파야 정상인데, 뱃속에 거지가 들었는지 또 출출했다. 집에서 챙겨 온 생수와 커피포트에 물을 붓고 컵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렸다. 헉! 상자 안에 있어야 할 나무젓가락이 없다.
마음 챙김: 돌다리도 꼭 두들겨서 건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