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 글먹을 원해요!

입먹/몸먹/ 이젠 글먹

by 꼬솜

지난 3월부터 문창과에 들어와 글쓰기를 배우고 있다. 그러니 이제 4개월 차. 생후 4개월이면, 아가들이 앞뒤로 뒤집고, 수동에서 능동으로 전환되는 시기란다. 목도 못 가눴던 아이가 제 힘으로 목을 가누고 팔다리를 사용하고 눈으로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시기. 내 글쓰기 실력이 딱 4개월 차, 혼자 기지도 못하는 아가다. 갓난이 주제에 난다 긴다는 작가들 조차 꿈이라는 글 먹을 감히 꿈꾼다. 말 그대로, 글로 먹고사는 삶


강사와 연구원 하며 입으로 한 15년 입먹. 팔이 데고, 손에 굳은살이 박히고, 다리가 퉁퉁 붓게 몸으로 일하며 8년간 몸먹 중이다. 앞으로 올 노년엔 글먹으로 살아보는 것. 안될까? 내 글을 사는 사람이 없다면, 음... 연금이 나올 테고, 연금으로 먹고살며 글을 쓸 테니, 글먹이라 우야겠다.

그건 그렇고, 수강 과목 6개 중 교수님께 정말 인정받고 싶었던 과목이 있었다. 바로 고수리 교수님의 <글쓰기의 이해>다. 기말과제 성적이 발표된 후,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몇 분이 지났나? 바로 회신을 주셨다.


130여 편의 글 중에, 내 이름과 글을 정확히 기억하시고, 따스함 가득 담긴 말로 아팠을 다섯 살 꼬맹이를 위로하셨다."마음을 움직이는 글, 이대로만 오래 글 써주세요" 이보다 더한 인정이 있을까. 눈물이 또 또르르르! 글먹을 못하면 또 어떠하리. 밥은 알아서 잘 먹을 테고, 오래오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캡처한 부분을 브런치에 올리고자 허락을 받으려고, 다시 DM을 드렸는데 바쁘신 와중에도 또 바로 감동의 쓰나미를 보내셨다.

울보라는 고백에 답글로 "울보 순미"라며 이름 불러주셨다. 아흑! 나 이럼 사랑에 빠져버린다고요 교수님! 고 빠지기 명수! 수리수리 마법사 고수리 교수님!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쳐봐서 안다. 아이가 성장해 갈 때 오는 그 뿌듯함. "뻐근하게 기쁘다"는 교수님 말씀에 또 눈물이 또르르르! 큰일이다! 문창과 들어온 후 눈물 마를 날이 없다. 심 잃지 말라는 말씀을 저리 따스웁게 하시니... 잃지 말자! 초심!


백일 쓰기/ 열두째 날 (88)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1. 모르면 호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