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숙소 근처에 기프트 샵이 있는 걸 보고 기념품이라도 살 겸 걸었다. 아직 부슬부슬 비가 조금씩 내렸지만 걸을 만했다. 시큼털털하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앞서 가던 노숙자 아저씨껀가 보다. 아저씨도 우산이 있는데 나는 없다. 길을 건너면서 싸한 기운이 또 나를 휘감는다. 멀리서 봐도 간판 색깔이 칙칙하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오래전에 폐업한듯하다. 기념품도 못 사고 다시 숙소로 갈 수밖에…
플릭스 버스 정류장 행 리프트는 시시각각 배차시간과 금액이 변했다. 버스는 12시 15분 출발 예정이지만 10시에 리프트를 불렀다. 중간에 대기 시간이 45분도 있어서 15분 이내에 도착하는 리프트가 보이자 카드 승인했다. 그런데 2분 이내에 도착한단다. 15분 후에 온대서 아직 방에서 나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캐리어를 끌고 둘이 또 전력 질주다. 호텔이 미로처럼 되어 있어서 매일 헤맸다, 나를 놀리며 그걸 못 찾냐고 앞장선 강호가 하필 지금 로비를 못 찾는다. 리프트 기사님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전화를 걸었다. 체크아웃하고 바로 튀어 나갔는데 어??? 알겠다던 아저씨가 없다.
강호가 한 발을 세게 구르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엄마가 장소를 이상하게 불렀잖아!” 앱에서 알려준 대로 클릭한 거라 좀 억울했다. 고개를 들어 쪽 찢어진 두 눈으로 째려보고 휴대전화 화면을 손가락으로 세게 두들기며 “여기 호텔 주소를 넣었더니 자동으로 설정됐어.” “아니 엄마! 자세히 봤어야지!” “시키는 대로 한 거라니까!” 말다툼하는 와중에 리프트가 왔다.
버스 정거장까지 1시간 거리다. 이 아저씨 한시도 쉬지 않고 통화하다가 고속도로 출구를 놓칠 뻔했다. 갑자기 1차선에서 4차선까지 직선으로 돌진했다. 뒤차는 빵빵거리고, 경사로 굽은 도로를 넘다가 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여행 왔다 골로 갈뻔했다. 아저씨는 미안하단 소리 한마디를 안 한다. 그 일이 있고도 도착할 때까지 통화를 멈추지 않는다. 안전불감증에 안일한 태도는 선을 많이 넘었다. 리프트 본사에 전화를 걸어야겠다.
버스 정거장에 도착했는데, 주차건물만 빼곡히 들어차서 주위에 커피숍도 없고 사람도 잘 안 다닌다. 탑승까지 1시간 15분이나 남았는데 화장실이 급했다.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화장실이 안 보인다. 셔텨문 안쪽으로 사람이 보여서 화장실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다.
화장실을 쓰게 해 준 아저씨가 USC 학생이냐고 물으시길래 베가스에서 식스 플래그에 놀러 왔는데 비가 와서 구경도 못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라 말씀드렸다. 아! 아저씨가 짠한 눈으로 날 보신다. ‘아! 님아! 제발 그렇게 보지 말아요!’ 몇 주 동안 비가 오지 않았는데 어제는 왜 그리 비가 왔는지 모르겠단다. 그 말은 안 듣는 게 나았다. 이미 날씨가 점점 좋아져서 약이 오르는 중이니까!
버스는 예정 시간보다 10분 늦게 도착했고, 기사님이 버스를 험하게 몰아서 심하게 덜컹댔다. 휴게소에서 25분간 쉬고 다시 출발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섰다. 10여 분이 지나도 안내 방송이 없다. 희한한 건 아무도 동요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자기 할 거 하면서 기다린다. 드디어 관계자께서 한 말씀하신다. 차량 과열로 차가 섰고, 차량 점검자가 와야 다시 출발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늘 내로 집에 갈 수 있으려나?’. 지금쯤이면 마중 나갔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가 섰으니 아직 나오지 말라고 말이다. 남편은 이미 출발했는데 다시 돌아가냐고 물었다. 시간 얼마 걸릴지 모르니 돌아가라고 했다. 남편은 차를 집방향으로 돌렸다. 다행히 뭘 어떻게 고쳤는지 모르겠지만 차가 선지 20여 분 만에 다시 버스가 움직였다. “여보, 차가 움직여! 다시 출발해.” 수화기 너머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베가스 버스 정거장에 도착했다. ‘어? 이젠 여기가 비 오네!’ 주소를 찍어서 보냈는데, 남편은 우리를 못 찾네! 나랑 다른 네비 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