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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잘 산다는 것

시간을 잘 쓴다는 것

by 꼬솜

'잘 산다는 것' 그게 뭘까.

생산성을 누구보다 중시 여겼던 나는 시간을 허투루 쓰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불안해했다. 시간을 분단위 초단위로 쪼개서 앞만 보고 달렸다. 워커홀릭으로 이십 대와 삼십 대를 보낸 후, 타국에서 사십 대를 맞았다.


늘 바빴다가 경력 단절녀가 되면서 넘쳐흐르는 시간을 어찌할 줄 몰랐다. 방황은 비효율적이라 여겼기에 그저 한심했다. 우울감을 떨쳐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고장 난 폭주기관차처럼 방향을 잃고 앞만 보고 달리면서 멈추는 방법도 몰랐던 그때가 참 위험했다는 것을.


잘 살려하지 말자.

시간을 잘 쓰려하지 말자.

그냥 사는 거다. 뭐가 되려 하지 말자.

그냥 나로 사는 거다.

그게 잘 사는 거다.



백일 쓰기/ 마흔셋째 날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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