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2년 전에 우연히 인스타 피드에 뜬 바이오 라이프 광고를 봤다. 완전히 순도 백 퍼센트 순수한 의미로 헌혈을 시작했다기보다 $1200 준다는 광고에 혹하긴 했다. 그때도 매혈이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얘네도 약삭빨라져 신규도너에게 $1200을 주다가 $850으로 줄였다.)
수십번 이사 다니는 동안 겨우 살아남은 증서들
혈압이 낮은 편이라 한국에 있을 때, 헌혈하러 가면, 세 번 중 두 번은 못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수혈할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수혈이 필요한 사람이 유용하게 쓸 수 있대서 꽤 많은 헌혈 증서를 모았다.
한국은 전혈일 경우 1년에 5회, 성분 헌혈은 24회 이내로 권장하는데, 여긴 1주일에 2회를 허용한다. 1년이 52주니까 맥스로 총 104회를 할 수 있다. 한국의 5배에 달한다. 1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52주를 채울 사람은 없겠지만, 기간이나 횟수 제한은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각 시살 기관에서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한 달에 8회를 기준으로 잡는다. 난 여력도 체력도 안 돼서 프로모션에 참여해 추가수입을 올릴 생각이 1도 없지만, 참여할 사람들이 있지 않겠는가. 도너의 건강은 고려하지 않는 사설 기관의 행태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헌헐량도 너무 많다. 몸무게 기준이라는데, 하루는 680ml를 뽑다가 다음엔 850ml를 뽑질 않나. 기준이 대체 뭔지...
바늘 잘못 꽂아 혈관이 터져도 고소할 수도 없다. 의료사고 책임을 묻지 않는데 동의했기때문이다.
플라스마를 두어 번쯤 했을 때, 바늘을 잘못 꽂았는지 혈관이 터져 저렇게 보랏빛으로 피멍이 들었다. 그때 직장 동료에게 들었던 말이 "피를 팔만큼 가난해?"였다. 플라스마를 시작한 이유는 세상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고, 덤으로 생기는 수입도 나쁘지 않아서였다. 우리가 피를 팔아야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지라, 그 말에 별로 상처를 받지 않았다. 다만 그런 생각을 했더라도, 그 말을 타인에게 내뱉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플라스마 도너가 된 지 만 2년이 지났다. 오늘이 마지막 도네이션일 듯하다. 남에게 좋은 일도 좋지만, 우선 나를 좀 지켜야겠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