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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말, 글, 그림에는 사람이 배어난다

사방으로 퍼져가는 분신

by 꼬솜

가시나무 첫 구절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처럼 우린 내면에 수많은 자아가 존재한다. 그 수많은 내면 속 자아는 말로, 글로, 그림으로 배어나 사방으로 퍼져나가 분신을 생성한다.


<잘 살아라! 그게 최고의 복수다>에 나오는 구절을 몇 개 가져왔다.

- 말이 거친 사람은 화가 많은 사람이고

- 자기부정적인 말이 나오는 사람은 불안함이 많은 사람이고... (중략)

-공감과 위로의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사랑이 많기 때문이다.

- 말이 곧 인성이고 인성이 곧 그 사람의 하루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말은 그 사람의 인생과 품격이 담겨있다고들 한다. 말에만 사람이 묻어날까?


요즘 세작교에서 에세이, 동화, 소설 강의를 듣고 있다. 글을 쓰고 학우들 작품을 읽고 합평하며 교수님께 피드백을 받는 강의다. 한 학우님이 댓글로 어디서든 내 글을 찾을 수 있겠다고 남겼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글에는 글을 쓴 사람이 배어 나온다.


재수할 때 입시미술을 열 달간 배웠다. 평가 때마다 선생님들은 "자기처럼 그리지 말고, 조각상을 정확히 그려라"라고 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다.


지원하는 학교에 맞춰 세 시간 정도 실기 평가를 치르고, 선생님들이 서른 명 작품을 나래비 세워 놓았다. 신기하게, 모두가 그림만 봐도 누가 그렸는지 단번에 알아맞혔다.


데생할 때 연필로 조각상을 재면서 비율을 맞춰 종이에 표시하는 게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그렇게 모두가 비율을 맞춰 그렸는도 어쩜 하나같이 자화상을 그려놓는지.


나는 인중이 다른 사람보다 좀 긴 편이라 내 비너스나 아그립파는 늘 인중이 길었다. 입이 좀 비뚤어졌던 친구는 그릴 때마다 한쪽 입술이 올라가 있었다. 눈이 큰 애는 눈을 크게 그렸다. 매부리코였던 애는 어떤 조각상을 그리건 매부리코로 그렸다. 28년 전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 참 많이 신기했었나 보다.


말, 글, 그림 외에도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동엔 우리가 담겨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그 행동으로 내가 표현되는 것이지 않는가. 행동을 바꾸면 내가 바뀐다는 것.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이를테면 거울 보며 한번 씽긋거려 주기!



백일 쓰기/ 쉰여덟째 날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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