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새벽 줌 수업이 끝나고 단지 한 바퀴를 돌았다. 이사 오고, 아침 산책은 첨이다. 날씨도 좋고 하늘은 맑았다. '생각보다 괜찮네, 적응 곧 하겠다' 안심하며 코너를 돌았다.
나무가 있어 덜 삭막한 아파트 단지
집 앞 수영장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강아지 인형이 어느 집 앞에 놓여 있었다. 방석 위에서 미동도 없이 있길래, 진짜 인형인 줄 알았다. 눈을 깜빡이기 전까지는. 저리 얌전히 있는 강아지는 첨 본다.
15살 벨라 어르신
어쩜 이리 미동도 없나? 여러장 찍어도 같은 포즈인 벨라(초상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블러처리했어요)
미국에 살면서 이웃에게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어봤다. 강아지 인형인 줄 알았다고 방긋 웃으니, 시리얼 먹다 말고 일어나서 약수를 청한다.
- 나는 스테파니, 얘는 15살 된 벨라.
- 나는 코코
통성명이 끝나자, 5분 만에 서로 호구 조사가 끝났다. 어디서 왔는지, 자녀는 몇 명인지, 하는 일은 뭔지~~ 등등
벨라를 만져봐도 되겠냐 물으니, 흔쾌히 그러란다.
썬베딩을 즐기시던 벨라 어르신은 낯선 손길에 잠깐 흠칫하더니,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눈을 감으셨다. 15살이라 벨라랑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걸 안다고, 영원하지 않은 걸 안다고 스테파니가 말했다. 내가 열 살 된 뚱냥이 비비를 걱정하는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가끔 빵이나 쿠키를 굽는데, 가져다줘도 되냐고 물었다. 이른 아침에 집에 있으니, 언제든 오라더니 현관문 여는 시늉을 했다. 처음 본 사람 집에 아침부터 따라 들어갈 뻔!
스테파니가 날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단 걸 남편과 말하면서 알았다. 첨 보는 사람에게 강아지 만져봐도 되냐, 사진 찍어도 되냐, 빵 먹을래, 별 이상한 소리를 했으니 말이다. 헉! 나 낯가리는 뇨자라서 모르는 사람이랑 말 잘 안 하는데...
오늘은 뭔가에 씐 건가. 뭐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하면 또 어떤가. 첨으로 이웃사촌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높아졌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이곳이 점점 좋아질 것 같다.
백일 쓰기/ 쉰일곱째 날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