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1년 이상 손이 가지 않는 물건은 버려라!
안방 욕실 크기가 예전 집의 절반도 안된다. 샤워 부스 하나 딸랑, 욕조는 없다. 변기를 놓는 공간도 분리되지 않아 여로모로 불편하다. 수납공간도 별로 없어 세면대 위에 터질 듯 올려진 물건 중 안 쓰는 건 비워냈다. 그런데도 살아남은 아이들이 한 바가지.
예쁘게 놓여져야 할 사진은 다른 짐과 자리 경쟁 중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어 거실과 주방에 박스채로 남겨진 짐. 저 박스들을 보고 있자니, 심난하기 짝이 없다. 이사 준비하면서 정리하고 왔어야 했는데, 시간 없다는 핑계로 다 들고 왔다.
허나, 집이 작아지니, '공간이 돈이다'란 말을 실감한다. 한 달에 50불씩 내며 스토리지 룸에 꽉 채워 놓은 짐까지. 다음 달부터는 170불씩 내고 차고를 빌리겠다는데, 이렇게 까지 할 일인가? 이 물건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하긴 한 걸까?
2016년 출간된 곤도 마리에 책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가 며칠째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마도 모든 물건이 제 자리를 찾아갈 때까지, 계속 묻겠지. 머리를 갸우뚱 대며 설레는가? 그렇지 않은가? 묻고 또 묻겠지. 물건을 이고 지고 살긴 싫으니까.
백일 쓰기/쉰아홉째 날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