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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Yeon Cha Oct 06. 2015

책이 읽고 싶어 지는 거리가 있다

신랑이랑 유럽여행 둘째 날.-독일 하이델베르크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이유로

독일까지 날아가서 비싼 이혼을 할 뻔했다.

투어의 첫날인데

일어나자마자 싸우기 시작해서 거의 오전 시간 내내

목청껏 소리 지르며 싸웠다.


한국말 알아들을 이 없을 테고(혹시 모를 일이긴 하지만)

서로 된소리를 날리며 정말 치열하게 싸웠다.

가뜩이나 튀어나온 내 눈은

울어서 붕어처럼 퉁퉁 부었고

신랑은 화가 뿜어져 나올 곳이 없어

콧구멍이 세배는 벌어져 있었다.(푸우=@)


정말 여행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말도 안 통하는데 다시 돌아가는 방법을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탈탈 털어서 온 여행이기에 더 이상의 돌아갈 돈도 없었다.

그래서 우린 일단 화해보다 싸우는 것을 조금 미루기로 하고

도시 구경을 시작하기로 했다.


호텔을 나서서 비스마르크 광장으로 향했다.

조용하고 깨끗한 거리, 맑고 신선한 공기, 약간은 쌀쌀한 기온이

좀 전의 흥분한 내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다.

먼저"미안해."라고 말하는 나에게

"나도 미안해."라고 말하는 신랑은

내 손을 꼬옥 잡았고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나서 폴짝폴짝 뛰었다.

다행인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우리는 정말 이혼할 듯이 싸우고

돌아서면 금방 까먹고 세상 누구보다 친해진다.


비스마르크 광장은 기대와는 달리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아서

처음에는 서 있는 곳이 비스마르크 광장인지도 몰랐다.

나중에 다른 유럽의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끼게 되었는데

독일은 건축도 그렇고 다른 유럽 나라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다음 목적지로 하우프트 거리를 걸었는데

오래된 문화가 느껴지기 보다는 대학도시 답게

젊음과 학구열이 느껴지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고

한국에 입점해 있는 대부분의 SPA 브랜드로

꾸며져 있는 하우프트 거리는 우리나라 명동과

닮아 보였다.


과일을 파는 길거리 상점

길거리마다 이렇게 과일을 파는 매대? 가 있었는데

매우 싱싱해 보였다.

정말 먹어보고 싶었지만 계획된 예산이 있었기에 패스~!

눈으로 보는 것 만으로도 맛이 느껴졌다.



길거리 도서관

골목을 지나다가 우연히 만난 이 곳.

책을 빌려서 읽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도서관? 이 있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다시 가져다 놓으면 된단다.

갑자기 책을 읽고  싶어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독어로 된 책이었기에...



학생감옥

학생들이 벌을 받게 하기 위한 공간인데

이곳에서 오히려 술과 음식을 들여 낭만을 즐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감옥이라기보다는 빈티지한 술집 같기도 하고

이곳에서 낭만을 즐겼을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왠지 모르게 씹고 있던 껌이라도 벽에 붙이고 싶은 반항기가 발동했지만

한국인의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 꾹 눌러 참았다.



케밥

우리는 배가 고파서 최대한 저렴하고 양 많아 보이는 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 온 한 가게.

케밥집에 들어갔다.

케밥은 터키를 비롯한 중동지역과 중앙아시아, 지중해 지역의 음식이라고 하는데

하이델베르크 나름의 맛으로 재해석한 듯했다.

기대하지 않고 먹은 그 맛은 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은 치아바타 빵의 식감과 비슷했는데

정확히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정말 정말~ 정말! 맛있었고

오른쪽 케밥은 비벼서 먹는 것이었는데

이 또한 진짜 진짜~ 진짜! 맛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맛만큼 중요한 것은 양인데

187센티에 한 덩치 하는 신랑과

162센티지만 복부둘레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나(자랑하는 것은 아님)

이렇게 두 사람이 먹기에도 충분히 배부른 양이었다.

이 케밥 때문에 다시 하이델베르크를 갈 수도 없고...


우리는 하이델베르크 성과 카를데오도르 다리까지 유명한 관광포인트를

다 둘러보고 잠시 쉬기 위해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둘만의 '진짜 여행'을 위해 재충전 후 밖으로 나섰다.


우리 방 창문 밖으로 보이던 풍경


노을이 질 무렵 우리는 중심거리가 아닌 강길을 걷기로 했다.

어디론가 힘차게 페달을 굴리며 가는 자전거...

창문 넘어 보이는 파티...

요트 위에서 맥주를 즐기는 아저씨...

세상엔 오직 단 둘인 듯 강가에 앉아 마주 보고 있는 연인의 눈빛...

그리고 손 잡고 저 끝까지 향해서 걷는 우리 둘.

그 순간 다 행복하고 평화롭고 풍요로웠다.


한참을 그렇게 아무  말없이 걷다가 다다른 곳이

카를테오도르 다리였다.

은은한 조명이 오래된 다리를 멋지게 비추고 있었다.

카를테오도르 다리


'우리 앞으로 수없이 많은 다리를 건너야 하겠지?

매번 카를테오도르 너처럼 아름다운 다리만 있지는 않을지도 몰라.'


'그중에서 내가 당신에게로 건너는 다리,

당신이 내게로 건너오는 다리는 절대로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저녁을 먹기 위해 찾은 이 곳.

'붉은 황소의 집'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인데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전통 있는 곳이란다.

학생들이 모임을 갖기 위해 자주 찾는 아지트 같은 곳.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서 간 레스토랑 앞에 서서

여행  첫날이라서 다소 소심한 우리는

정말 맛있을까?

양은 넉넉할까??

가격은 적당할까???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결국 사진만 몇 컷 찍고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호텔 방에서 한국에서 싸온 밑반찬과

라면을 음미하며 하이델베르크와 굿바이 파티를 했다.


침대에 누워 창 밖의 유난히 맑은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며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를 하이델베르크를 피부에 새겼고

아쉽고 서운한 마음에 쉽게 잠들지 못 했다.

드르렁~드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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