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 Yeon Cha Oct 12. 2015

물질은 마음이다?

물질은 마음을 전하는 도구이다.

'물질은 마음이다.'

한의사 이경제 씨가 '동치미'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종종했던 말이다.

지인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은 물질만 한 게 없다는 말이었다.


한 편으로는 절대 공감하면서도

어느 한 편으로는 완전하지 않은 명제라고 생각한다.


물질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세상에서

자기 소유의 물질을 남에게 전달하는 데에는

정말 마음이 담기지 않고서는 주기 힘들다.

그러나

물질을 주는 마음이 돌아올 대가를 바라고 있거나

그 물질을 받는 쪽이 계속해서 물질만 기대하게 될 경우

'물질은  마음이다.'라는 명제가 완전할 수 없는 것이다.


우연히 브런치의 많은 글을 읽어가던 중

끌리는 제목에 들어가 접하게 된 이야기가 있다.

독자가 고민을 털어놓고 작가가 그림책을 처방해 주는

재미있고 신선한 패턴의 매거진이었다.


그중 접하게 된 한 편의 내용은 이랬다.

자신이 먼저 친구를 찾기 전에는

누구도 먼저 찾아주지를 않아 고민인 사람이

'평소에 타인을 배려하고 물질적으로도

얻어먹기 보다는 베푸는 편인데

항상 자신은 물질만 쓰고 남는 친구는 없다.'

이와 같은 고민을 작가에게 남겼고

작가는 고민풀이를 요청한 독자에게

그림책을 처방하며 독자의 고민을 나누고 있었다.


'물질은 마음이다.'라는 명제를 기준으로 보면

고민을 털어놓은 독자는 충분히 마음을 많이 전달하였는데

왜 친구가 없는 것일까?


'물질은 마음이다.'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 또한 브런치 작가에게 고민을 던진 그 독자분처럼

아끼는 친구들에게 나의 시간과 열정, 많은 물질을 통해

마음을 전하려고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았던 것인지

내곁엔 물질보다 '마음'에 기뻐하고 그 이상의 '마음'으로

돌려주며 여전히 곁을 지켜주는 '친구'가 있었다.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먹튀'하고 마음에 쓸쓸함을 안긴

사람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고마운 친구보다

먹튀 한 사람에 집착하면서 '왜?'라는 의문을

수없이 던지고 허공에 던진 답은

쓸쓸함으로 돌아올 뿐이었다.

그 후 쓸쓸함이 외로움으로 번지고

외로움이 우울함으로 커지다가

결국 좌절과 자책을 하며 뾰족해진

나를 만들었다.

꽤 오랜 세월 그렇게 떠난 '사람'에 집착하며

미워하고 증오하다가 자아에게 화살을 쏘아 댔다.


하지만 어느 순간

힘들 때 언제든 전화 한 통이면

달려와 주는 친구,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

무슨 일이든 지지해 주는 친구,

무엇보다

미운 사람을 나보다 더 미워하며

같이 욕해 주었던 친구들 덕에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전했다면

혹 그 당사자에게 똑같이 돌려받지 못해도

그 마음을 다른 누군가에 의해 반드시  돌려받게 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가장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는 친구는

바로  '나'라는 절대적 진리.

그렇기에 나를 사랑하고 나의 일에 집중하는데 에너지를

더욱 쏟다 보면 타인의 생각과 관심에 매달리는 일은 줄어든다는 것.


마지막으로 나에게 집중하다보면

나를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 눈에 들기 위해 애쓰기보다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친구들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사실.


결국!

믿음 위에 놓인 관계가 먼저 되어야 하고

물질은 마음을 보다 풍성하게 전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고로 '물질은 곧  마음이다.'라는 명제는

'물질은 마음을 전하는 도구일 수  있다.'로

바뀌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 자요. 오필리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