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인생 산책
백혈병 진단을 받고, 좋아하던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없게 되었다.
공으로 하던 프리스타일 놀이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슬픈 일이었다.
그대도 가끔, 공을 몇 번 리프팅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몇 번 때문에 발등에 염증이 생겼고,
염증은 발 전체로 번져 결국 걷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아. 인생이란 게 뭔가.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다.
병과 함께 찾아온 것은 결핍이었다.
물론 살아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이 결핍감을 잠시 밀어내주긴 한다.
하지만 고요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이면,
나는 그저 바쁘게 살아가는 한 인간일 뿐이다.
땅을 치고 도움닫기를 하며 달리던 그 기쁨.
발등으로 공을 띄우고,
몸으로 컨트롤하며 흘리던 땀방울.
그 모든 것은 이제, 과거의 유적이 되었다.
이제 봄이고 곧 여름이다.
공원에 나갈 때면 스케이트보드와 축구공을 챙긴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제 내게 소품일 뿐이다.
그저 가지고 다니는 기억의 소품.
아이들이 롱보드를 타고, 축구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나는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퇴물이 되었다.
아니, 퇴물이 되어가는 중이다.
늦깎이로 시작한 취미였기에 더 아쉽다.
병은 내 머리숱을 날려버렸고,
온몸에 염증을 만들고,
독한 약은 피부병과 알레르기까지 남겼다.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평생 약을 드셔야 합니다.”
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담담하게 내 삶을 받아들였지만,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는 일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내게 스트레스가 되어가고 있다.
그럴 때면,
내 곁에 있는 천사 같은 아이들이 나를 붙든다.
첫째는 띠동갑,
둘째는 쉰둥이.
이 아이들은 내게 있어 시지프의 바위 같은 존재다.
약이 주는 스트레스도,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는 결핍도,
시지프에게는 그저 신이 놓은 덫일 뿐이었다.
그는 결국 그 바위를 다시 굴린다.
끝없이. 의미 없이.
그러나, 그 안에 자기만의 반항을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