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늦깎이 인생산책

by 늦깎이

둘째는 오늘도 늦게 잔다고 엄마에게 타박을 받는다. 타박받는 것이 싫어 안 그런다고 말하고 말한다. 알았으니까 그만 자라고 해도 둘째는 엄마가 자신을 타박하는 것이 싫어 안 그런다고 한다. 그래도 잠을 잘 수 없는 둘째는 그렇게 엄마의 심기를 건드리며 깊은 밤을 울먹이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난 아내가 아이를 재우지 못하는 것을 안다. 아내는 아이를 가슴에 안고 기다려줄 수 있는 관용을 아직 갖지 못한 거 같다. 어쩌면 다소곳이 아이의 시선으로 내려가 애틋한 마음을 가져보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난, 내 일을 뒤로하고 캄캄한 아이들의 방을 열고 들어가 둘째를 안아 올린다. 둘째는 이내 아빠의 가슴에 작은 가슴을 맞대고 안긴다.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가.


난 세상에서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작지만 커다란 미래를 가슴깊이 안아볼 수 있는 행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그러나 아이는 쑥쑥 자라는 나무와 같다. 이 천사 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홀로 서기를 준비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 오기 전에 이렇게 꼭 안고 뒤뚱뒤뚱 걸음을 옮기며 운율을 만든다. 아이가 깊은 잠으로 향할 수 있도록 운율을 만든다. 이 시간이 오래도록 내 가슴속에 자리하도록 저려오는 팔을 꼭 잡아 버티며 이 시간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모든 시간은 내 가슴을 뚫고 지나왔다. 모든 시간은 내 가슴을 뚫고 지나갈 것이다. 얼마나 슬프고 부조리한가. 행복한 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지 못하고 우리는 행복의 단물을 맛보기가 무섭게 현실 속에 나를 묻어야 하지 않은가.


아이의 잠이 달아오르고 품 없는 아빠의 어깨에 몸을 기대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무거운 머리가 떨어지고 팔이 자꾸 떨어지려 한다. 연신 자신의 몸이 가라앉는다. 아빠에게 매달리듯 안겨있는 자신의 몸이 깊은 잠으로 향하는 정신에게 방해가 된다. 비로소 아이는 자신의 자리를 청하고 아빠는 행복한 순간을 저린 팔에 묻으며 아이에게 키스를 보내고 자리에 눕힌다.


이미 코를 골고 있는 무던한 첫째와 이제 막 꿈속으로 접어들려는 둘째를 어둠 속 작은 방에 묻어 두고 등뒤로 조심스럽게 문을 닫는다. 저린 팔을 한 번 쓸어내리고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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