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te Fall Apr 04. 2021

소문은 세상의 악 가운데 가장 빠르다

-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로부터 -

  경제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과 같은 굵직굵직한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했던 미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에게는 엘리너 루즈벨트(Anna Eleanor Roosevelt)라는 훌륭한 아내가 있었다. 그녀는 수많은 명언을 남겼는데 그 중 내 마음에 가장 와 닿는 어록은 바로 이것이다.   

   

  Great minds discuss ideas; Average minds discuss events; Small minds discuss people. (위대한 사람들은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보통 사람들은 일상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은 사람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한다.)     


  인문고전을 읽고 독서모임을 하는 것은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나름, 나의 방법이다. 직장에 출근해 아침 커피브레이크 때 대뜸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어볼 순 없지 않는가. 그랬다간 바로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테니, 인문고전 독서모임은 합당하게 지적허영을 풀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사람들에 대한 뒷담화를 좀 덜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친한 사람들과 소주잔 기울이며 평소 코드가 맞지 않거나 별로 맘에 들지 않는 사람에 대한 흉을 보면 좀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다음 날 정신이 맑아지면 지난 밤 일이 부끄러워진다. 골치 아픈 것은 우리 중에 있었던 이야기를 자기만 쏙 빼고 전하는 얌체가 있을 때다. 소문은 그런 식으로도 생겨난다. 넌 너무 말이 많아. 영화 <올드보이>는 가벼운 입놀림 때문에 벌어진 이야기인데 소문을 내는 행위는 생각보다는 무서운 일이다.     


  소문은 세상의 악 가운데 가장 빠르다. 그녀는 움직임으로써 강해지고 나아감으로써 힘을 얻는다. 그녀는 처음에는 겁이 많아 왜소하지만 금세 하늘을 찌르고 발로는 땅 위를 걸어도 머리는 구름에 가려져 있다. … 그녀는 발이 빠르고 날개가 날랜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괴물로 몸에 난 깃털만큼 많은 잠들지 않는 눈과 혀와 소리 나는 입과 쫑긋 선 귀를 그 깃털 밑에 갖고 있다. 밤마다 그녀는 어둠을 뚫고 하늘과 대지 사이를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고 한시도 눈을 감고 단잠을 자는 일이 없다. 또한 낮에는 지붕 꼭대기나 높은 성탑들 위에 앉아 망을 보며 대도시들을 놀라게 한다. 그녀는 사실을 전하는 것 못지않게 조작된 것들과 왜곡된 것들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그림출처: YES24]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 나오는 구절이다. 베르길리우스는 기원전 1세기에 살았던 로마 최대의 위대한 시인이다. 『아이네이스』는 아이네아스의 노래라는 뜻으로서 트로이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트로이를 떠난 베누스(그리스어로는 아프로디테)의 아들 아이네아스의 모험을 그렸다. 멸망한 트로이보다 더 훌륭한 제 2의 트로이인 로마제국을 건설하라는 신탁을 받고 온갖 모험을 겪은 후에 이탈리아 땅에 정착하여 최초의 로마인이 되는 아이네아스는 로마건국신화를 썼던 것이다.     


  서양 정신 세계의 원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그리고 『아이네이스』는 꼭 읽어보아야 한다. 거기서부터 인문고전 독서를 차례대로 시작해 나가면 서양 인문고전에 대한 지적 이해가 한층 편안하게 다가올 것이다. 독자 여러분! 이런 것, 소문 좀 내 주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 먹는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