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히 흐르는 유한한 시간

정말로 나를 생각해서, 나에게 시간을 주기

by 늦여름

시간은 무한히 흐르지만,

사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지겨운 일상도 사실을 모두 끝이 있다.

영원할 것 같은 학창 시절, 고3이 되면 끝이 난다.

갑자기 젊은 어른이 되어서 들뜨고 불안한 마음으로 20대를 보내지만

이런 파릇하고 정신없는 생활도 어느새 종료된다.

애기가 있을 줄도 몰랐던 30대 초반이었지만

40이 된 지금은 완연한 아줌마로 잘 살아가고 있다.


지금과 다른 과거는 꼭 전생 같다.

하지만 현생에서는 이 현생이 마치 영원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개를 키우며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는 이유 중 하나 역시

그들의 유한한 시간이 사람의 관점에서 너무나 체감되기 때문이다.

내 소중한 가족이 10년 남짓.. 살다 반드시 내 곁을 떠난다.

이걸 떠올리면 도대체 소중하지 않을 순간이 없고,

그 시간을 어떻게든 알차고 좋게 보내고 싶어진다.

(물론 일상을 살면서 마음처럼 다 할 순 없다.)


마지막 글을 쓰고 2주가 흘렀다.

다음을 쓸 글감도 정해두었고, 바로 쓰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2주간 프로젝트성으로 끝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남는 시간을 모두 쏟아붓기 위해

루틴으로 하던 것들 중 스트레칭과 영어회화 복습(영어 루틴 여러 개 중 1개)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중단했다.


마치 이 2주가 한 2달은 된 듯 길게 느껴졌다.

우선 내 일상이 조금 무너졌고,

단시간에 끝내야 하다 보니 압박감도 느껴졌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졌고,

평소보다 집중도 많이 하고, 일하는 시간이 늘어서 실제로 몸이 피곤해졌으니

그 시간을 더욱 길게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그런 강도 높은 시간을 버텼던 큰 힘은

바로바로 2주 뒤면 끝! 안녕! 이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기력해지고,

자신의 삶을 지겨워하다가,

결국 의미를 모르겠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구나 생각했다.


지금 다니는 직장 그만두고 싶지만,

못 그만두니까 이 시간이 정말 죽기 전까지 영원할 것 같고,

지금 하는 집안일,

다시 또 내일이면 더러워지고, 또 치워야 하는데,

아 정말 지겹다,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사는 건가? 싶고.


그런데 가만가만 보면,

가만히 내 인생을 조금 돌아보게 되면 말이다.

의외로 영원한 것은 없다.


이걸 깨닫고, 나아가 또 깊이 느끼게 되면

그 지겨운 일상이 갑자기 아까운 시간이 되고 너무너무 소중해진다.


내가 아이를 낳고 첫 해에 느꼈던 감정의 변화가 바로 이것이다.

이 아이를 내가 최소 20년 못해도 30년은 이렇게 책임져야 한다고?

남은 인생을 다 바쳐야 한다고?

내 인생이 이제 송두리째 다 바뀐 것이라고?

기쁨과 별개로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난 고작 아이를 3년 키웠으니 더 많이 키우신 분들의 마음은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그 30년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

아이랑 보내는 순간은 너무나 변화가 많고,

모든 순간이 다 사라지는 순간같이 느껴진다.


이건 복직을 하면서 아이와의 시간이 줄어든

워킹맘의 비애에서 비롯된 그런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아이에 대한 사랑이 점점 커져서

집착이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지금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해졌다.


그러다 보니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방향에 맞게 더욱 쓰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그냥 손 놓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가 불만족스러울지언정 가만히 있는 것은 편하긴 하다.


귀찮아도 힘들어도 조금의 노력을 곁들여서

시간을 내편으로, 상황을 내편으로, 일상을 내편으로 만들려고 애쓴다.


깨닫는 것이 시작이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이 그냥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의 유한함을 크게 느끼고 깨달아도,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된다.


브런치 글쓰기도 처음에는 3달을 정해두고,

일주일 두 번을 정해두고,

그냥 무조건 해보자. 싫어도 해보자였다.


브런치에 글쓰기는 블로그처럼 바로 쓸 수도 없는 것이었는데,

막상 쓸 수 있게 되니 갑자기 나태해지면서 언제든 쓸 수 있는데 뭐~

이런 마음도 들었었다.


그렇지만 그 마음을 억누르고 계속했더니,

내 인생에 대한 자세와 생각도 바뀌었고,

지금은 쓰고 싶어! 까지 오게 되었다.


재밌는 것은 다른 일을 하면서는 쓰고 싶다고 생각해 놓고

오늘도, 2주 만에 키보드를 치려니,

아이 그냥 좀 더 쉴까? 이런 맘이 불쑥 올라왔다.

도대체 내 마음은 왜 이리도 간사한지.


또 2주 뒤에는 출장이 있어서 지금 매우 매우 바쁘고

일이 밀려 있어 마음까지도 바빠져 있다.


그래도 지금 쓰려던 글을 우선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스스로 다독였고,

점심시간을 할애하여 글을 썼다.


눈치 때문에 해야 하는 일(월급 받으니까!?)부터 하는 것이 아니고

하더라도 그냥 동태눈을 뜨고 하기 싫어하며 하는 것이 아니고


내 인생에 지장이 가지 않는다면

그런 일들에 에너지를 너무 쏟기보다는(싫어하면서 하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다)

원치도 않는 일을 너무 잘하려 애쓰기보다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그런 뒤 내게 정말 필요한 시간을 만들어 내는 방법도

알아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내게 필요한 시간이 어떤 시간인지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나는 어디에 쓰고 싶은지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한다.


일상이 바쁘고 지겹고 힘들수록

정말 오로지 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내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아주 잠깐이라도.

왜냐하면 내일 이 지겨운 시간이

어떤 이유로든 없을 수도 있으니까.

우리 존재는 유한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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