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수 대비 서점이 가장 많은 도시는 어디일까?
뉴욕도 아닌, 런던도 아닌, 바로 부에노스아이레스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은 책 읽기를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도시 곳곳에는 헌 책방이나 대형 서점, 그리고 감각적으로 꾸며놓은 북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지하철, 버스, 그리고 공원에서는 바쁜 생활 속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 사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엘 아테네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책을 사랑하는 도시답게,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201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 있다. 대통령궁이 위치한 도시의 중심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Santafe 거리 1860번지에 위치한 '엘 아테네오' (El Ateneo Gran Splendid) 서점이다.
1909년 첫 개장한 바로크 양식의 아테네오 서점의 건물은, 원래 1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오페라 극장으로 사용이 되었다. 그란 스플렌디드라는 이름을 가진 이 극장에서, 탱고의 거장 카를로스 가르델을 비롯해 프란시스코 카나로, 로베르토 피르포 같은 유명한 아르헨티나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첫 개장 이후 줄 곧 극장으로 이용되었던 극장 건물은, 2000년대에 이르러 대형 서점으로 리모델링되었다. 바로크 양식의 웅장한 극장 틀을 유지함과 동시에, 관객석이 있던 자리를 책들로 채워 놓음으로써 아름답고 기풍 있는 서점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아테네오 서점은 오픈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매년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고, 수십만 권의 책이 팔리고 있다. 한 마디로, 책을 사랑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명사와 같은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서점 내부>
아테네오 서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음악 레코드와 CD 판매대다. 이곳에는 주로 아르헨티나 음악 (주로 탱고와 록)을 비롯해 중남미에서 유명한 가수들의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서점 중앙으로 눈을 돌리면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즐겨 읽는 베스트셀러가 진열되어있는데, 주로 소설이나 아르헨티나의 사회 이슈를 다룬 서적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오른편에는 아르헨티나의 역사, 세계사, 경제와 같은 인문/사회 섹션이 있으며, 왼쪽에는 남미와 세계 문학작품 관련 도서가 배치되어있다.
1층 이외에도 서점 양 측면에 있는 계단을 통해 2층과 3층도 올라가 볼 수 있다. 2층과 3층에는 책들보다는 음악 관련 CD를 판매하는 곳이다. 그리고 서점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때문에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 ‘포토 스팟’ 이기도 하다. 2층과 3층의 바닥은 옛 모습 그대로 나무 재료로 되어있어 옛 건물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도서 진열대 중간중간에는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소파가 준비되어있다. 상류층 사람들이 오페라 공연을 즐겼을 발코니 자리도, 이제는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어있다. 극장이었던 웅장한 규모의 서점에 자리 잡고 여유롭게 책을 읽는 경험은 다른 서점 어디에도 느끼지 못할 특별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오페라 공연의 무대로 쓰였던 스테이지 중앙에는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위치가 위치인만큼 다른 카페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천천히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카페가 가진 매력이다. 또한 이곳에 여유롭게 앉아 서점 돔 모양의 천장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감상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머무는 동안, 적어도 한 달에 한 두번씩은 꼭 아테네오 서점에 들러 책들을 구경했다.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테네오 서점이 가지고 있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웅장하고 화려하지만, 동시에 아늑한 느낌을 간직한 서점 내부는 항상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만약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한다면, 아테네오 서점은 한 번쯤 가봐야 할 곳이 아닌 '반드시 가봐야 할 장소'다. 단순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혹은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서점'이라서가 아닌, 책을 사랑하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점에서는 남미의 파리라고 불린 과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영광을 간직한 극장 구조 모습도 남아있기 때문에, 일명 '포르테뇨'라고 불리는 도시의 문화를 느껴보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