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서점을 좋아한다면 꼭 들려야 할 도시

by 라티너리


전 세계에서 서점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뉴욕, 도쿄, 런던, 파리 등 여러 도시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정답은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다.


사람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 하면 축구, 탱고, 바비큐를 먼저 떠올린다. 물론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대표하는 것 중 축구 전설 마라도나를 빼놓을 수 없고, 보카 동네에서 시작된 탱고를 놓칠 수 없다. 또 맛이 일품인 아르헨티나의 바비큐, 아사도 고기를 빠트릴 수 없는 법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오래된 독립 서점


하지만 우리가 부에노스아이레스 하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매력적인 서점들이다. 2014년 세계도시문화 포럼 (World Cities Culture Forum)의 보고에 따르면,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서점 (총 467개)를 보유한 도시라고 한다. 이는 도시 인구 십만 명당 25개의 서점으로서, 홍콩 (22개), 마드리드 (16개), 상하이 (15개)를 제치고 당당히 세계 1위에 오른 수치기도 하다.


엘 아테네오 서점의 모습


전 세계에서 가장 서점이 많은 도시답게,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서점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록이 하나 더 존재한다. 바로 산타페 거리에 위치한 아테네오 서점과 관련된 기록이다. 2018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바로 이 아테네오 서점을 꼽았다. 가장 많은 서점이 있는 도시임과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보유한 책의 도시인 셈이다.


<코리엔테스 거리>


도시 여러 지역 중 특히 포르테뇨 (porteño;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을 뜻하는 스페인어)의 도서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도시 중심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코리엔테스 거리이다. 마치 일본 도쿄에 간자 중고 서점거리가 책 덕후 들의 주목을 받듯이, 코리엔테스 거리는 이른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대표하는 서점거리라고 할 수 있다.


구글 맵에 찍히는 코리엔테스 거리의 서점들


이곳에는 아르헨티나의 교보문고, 영풍문고라 할 수 있는 엘 쿠스피데 (El Cuspide), 간디 (Gandhi)와 같은 대형 서점부터, 에디포 리브로스 (Edipo libros), 로사다 (Losada), 리브레리아스 리베르타도르 (Librerias liberator)와 같은 수 십 개의 작은 독립 서점들이 존재한다. 대형서점이 주로 신작들을 주로 다루고, 독립 서점들은 클래식과 중고 서적들을 주로 다룸으로써 오래됨과 새로움의 조화가 적절하게 조합된 서점 거리라고 볼 수 있다.


코리엔테스 거리의 서점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는 '코리엔테스 리뉴얼 프로젝트'를 끝냈다고 한다.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도로의 너비는 줄이는 대신, 시민들이 활보할 수 있는 도보를 더욱 넓게 확보하게끔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의 거리 코리엔테스를 찾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책과 서점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무조건 '책을 읽자!'를 외치기보다, 간접적으로 책을 접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을 만드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 노력은 우리가 눈여겨볼 부분이기도 하다.


No queremos ser más esta humanidad


<산텔모 거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책이 많은 거리는 단지 코리엔테스뿐이 아니다. 벼룩시장으로 알려진 산텔모에서도 독립 서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코리엔테스에 위치한 서점들 보다 이 보헤미안 스타일의 산텔모 동네의 서점들이 끌린다. 이는 산텔모 동네만의 빈티지함과 역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빌라 서점의 옆모습


우선 산텔모 거리 초입에는 아빌라 서점이 존재한다. 이 서점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으로, 1791년에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에서 독립한 년도가 1810년인데, 그보다 약 20년 앞서 세워진 역사적인 서점이다. 이 서점은 아르헨티나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와 사바토처럼 유명한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들이 자주 들렀다는 서점으로도 유명하다.


산텔모 거리 이곳저곳을 걷다 보면, 루피안 멜란콜린코 (Rufian Melancolico), 카부레 (Cabure), 월루스 북스 (Walrus Books) 같은 독립서점들과 만날 수 있다. 특히 월루스 북스는 미국인이 만든 서점으로서, 영문으로 된 책들만 취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책을 오랫동안 읽지 못한 남미 배낭 여행객들이 영문 서적을 구하기 위해 들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곳만이 주는 분위기는 마치 20세기 초 안티크한 서점에 들어온 것과 같은 착각을 준다. 또한 산텔모의 서점들은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는데, 이 곳 서점들은 단지 책을 사고파는 역할을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텔모 서점에서는 독서 토론회나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독서와 관련된 문화를 주체적으로 생산해 내고 있다. 한마디로 서점들은 단순히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독서 문화를 이끄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루피안 멜란꼴리코 서점의 모습


버튼 서점
벼룩시장 책 판매대


산텔모 동네와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한 가지 빠트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매주 일요일만 나타나는 야외 서점에 대한 이야기다. 매주 일요일 9시가 되면, 산텔모 동네에는 규모가 큰 벼룩시장이 열린다. 그리고 이 시장 끝자락에 위치한 산 후안 대로 (Av. San Juan) 거리와 훔볼트 (Humbolt) 거리 사이에는 중고 서적을 파는 도서 판매대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책과 서점의 도시답게, 벼룩시장에서도 서점 판매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는 각종 골동품이나 초리소 같이 먹거리로 가득 찬 산텔모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구경거리로써, 벼룩시장을 더욱 볼거리가 많은 장소로 만들어 준다.


산텔모 벼룩시장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들


<팔레르모 동네>


코리엔테스와 산텔모 거리에 빈티지함과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서점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소개할 팔레르모의 서점들은 세련미와 모던한 스타일을 가진 서점들로 즐비하다. 원래 팔레르모 동네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트렌디한 각종 패션 샵들과 카페 들어선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뉴욕의 소호를 본떠 이름 붙여진 팔레르모 소호의 명성답게, 이 곳에 자리잡은 서점 또한 모던함과 트렌디한 면을 가지고 있다.


팔레르모의 간디 서점


팔레르모 소호 거리 중심에 위치한 간디 서점은 아르헨티나의 대형 서점이기도 하다. 바로 이곳에서 아르헨티나의 신작들이나 스페인어로 번역된 외국 책들을 가장 먼저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서점 곳곳에 배치되어있는 테이블이나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도 있다.


Eterna Cadencia 서점의 내부 (1)


Eterna Cadencia 서점의 내부 (2)


팔레르모는 카페가 많은 동네답게, 개성 넘치는 북 카페들이 많다. 이 동네를 대표하는 북카페로는 가장 먼저 '에떼르나 까덴씨아 (Eterna Cadencia)'를 꼽을 수 있다. 스페인어로 '영원한 리듬'이라는 뜻을 가진 에떼르나 까덴씨아는 고풍적인 느낌을 지닌 서점으로, 편하게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업무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산텔모 서점과 마찬가지로 이 곳에서는 작가들의 사인회나 독서 토론회와 같은 다양한 독서 이벤트가 열리는 곳으로써, 팔레르모 지역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서점이다.


Libros del Pasaje에 있는 아동 서적 (1)


Libros del Pasaje에 있는 아동 서적 (2)


에떼르나 까덴씨아를 나와 약 10분 정도 걷다 보면, 리브로 데 파사헤 (libro de pasaje)라는 또 다른 북카페가 나타난다. 이 북카페에는 아르헨티나식 크루아상 '메디아 루나'와 당근 케이크, 채식인을 위한 특별 메뉴가 있는데, 단순히 서점 때문이 아니더라도 브런치와 디저트를 먹기 위해 들를 만한 곳이다. 리브로 데 파사헤가 유니크한 점은, 다른 서점들보다 훨씬 많은 아동 서적을 보유 했다는 점이다. 위 사진에서 처럼 미니 의자들과 함께 이곳저곳 놓여 있는 아동 서적 코너 때문에,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사기 위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Eterna Cadenica


지금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표 서점 동네라 할 수 있는 코리엔테스, 산텔모, 팔레르모 동네를 소개했다. 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이 세 동네 뿐만이 아닌 다양한 공간에서 책과 관련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지하철 숩떼 (subte)나 버스에서 비교적 쉽게 책을 읽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주말 오후가 되면 도시 곳곳에 위치한 공원에서 따스한 햇살을 아래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책 대신 스마트폰이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서울의 도시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이제 부에노스아이레스도 점점 책 보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을 지배하는 모습이다.)


탱고와 축구의 도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 하지만 도시 곳곳의 자리 잡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들은 이 도시를 문학의 도시, 지성의 도시로도 만들어 주고 있다. 만약 책과 서점이 주는 그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한 번쯤 방문할 만한 매력적인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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