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전 세계는 케이팝 열풍의 시대다. 단순히 한국사람이라서 애국심을 갖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국내에서만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 그룹들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고, BTS의 노래는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맴돌고 있다. 심지어 애플의 아이튠즈에는 2015년 이후로 케이팝 차트가 따로 생겨났을 정도다.
전 세계 여러 나라 중 유달리 케이팝이 인기인 지역이 있다. 바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남미 대륙'이다. 아마 남미를 여행해봤다면, 그곳의 케이팝 인기를 쉽게 공감할 것이다. 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 다가와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보고,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같이 사진을 찍자 한다. 또 EXO나 BTS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보다 더 많은 걸 아는 남미 케이팝 팬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반대로 내가 외국인이 된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남미 대륙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언어인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쓴다. 그리고 우리와 완전 다른 문화 속에서 살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국의 케이팝에 빠져 있다. 지금부터 그들이 케이팝을 사랑하는 세 가지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1) ¡Son lindos y lindas!
외모!!!!!
슬픈 사실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던 잘생기고 이쁘면 다 통한다. 남미에서 만났던 케이팝 팬들도 아이돌 가수들을 보고,
¡porque son lindos!
라는 말을 한다.
스페인어로 '왜냐면 잘 생겼잖아!'라는 뜻이다.
케이팝 가수들의 우월한? 외모는 국적에 상관없이 남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그곳에도 아이돌의 잘생긴 외모에 반해 팬이 된 사람이 많다. 더군다나 남미 사람들에게 케이팝 가수들은 이국적인 외모로 매력 어필 중이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의 이국적인 미모를 가진 가수나 배우에게 빠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보통의 남미의 잘생김과 느낌이 다른 '동양적 잘생김'은 남미 사람들에게 새롭게 받아들여지고,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뮤직비디오나 화보에서 보이는 그들의 외모는 더욱 그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케이팝 뮤직비디오에 녹아든 화려한 색감과 영상미는 아이돌의 외모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남미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아무래도 영상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와 달리 완성도 높은 케이팝 뮤비와 영상미는 외모적 요소를 부각시켜 많은 남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것이다.
(2) ¡Son muy adictivos!
'adictivo'는 스페인어로 '중독성 있는'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남미 팬들이 케이팝을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이 중독성이다.
대부분의 케이팝 노래에는 중독적인 파트가 있다. 샤이니의 링딩동 ㄹㄹㄹㄹㄹ리 부분이나 워너원의 나야나~나야나 부분과 같이, 케이팝에는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가사가 반복된다. 이처럼 사람들의 귓가에 맴돌고, 저절로 흥얼거리게 하는 힘을 갖는 케이팝의 특징은 곧 남미 사람들에게도 사랑받기 시작했다. 가사를 이해하지 못해도, 멜로디가 중독적이다 보니 언어의 장벽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음악적인 요소가 언어적 요소를 뛰어넘은 것이었다. 이 중 몇몇 남미 사람들은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나아가 한국 문화 자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햇는데, 케이팝의 음악적 특색이 한국어와 문화를 알리게 된 계기가 된 것이었다.
또한 케이팝은 노래의 중독성뿐만 아니라 퍼포먼스적 측면에서도 남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실 케이팝이란 음악 자체가 노래 보다도 안무 요소가 더 큰 매력을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오랜 시간 연습생 시절을 거처 탄생된 아이돌의 절도 있는 안무와 화려한 퍼포먼스는 남미 대륙의 대중음악엔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이다. 샤키라나 리키 마틴 같이 뛰어난 라틴 팝 가수가 있었지만, 여러 멤버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완벽한 안무를 무대에서 선보인다는 점이 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3) 이야기
마지막으로 남미 사람들이 뽑는 케이팝만의 매력은 바로 '이야기'다. 케이팝엔 남미 음악에는 없는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사실 남미 대륙에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레게톤이 있다. 그리고 레게톤 또한 케이팝과 견줄만한 중독적인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아마 2017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노래 데스파시토를 생각하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레게톤과 케이팝이 다른 점은 바로 노래 가사에 담긴 스토리의 차이다. 대부분의 레게톤 가사는 성적 묘사, 섹스 이야기 같은 자극적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이에 반해 케이팝은 사랑과 이별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의 이야기가 녹아든 가사가 쓰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칠레 푸에르토 몬트를 여행하며 만난 숙소의 호스트는 '레드벨벳과 블랙핑크에 푹 빠진 자신의 중학생 딸이 레게톤에 빠진 것보다 훨씬 더 좋게 보인다'라고 말했다. 레게톤의 폭력적이고 성적인 내용과 달리, 케이팝은 활발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음악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출을 하고 방황하던 남미의 청소년들이 비티에스의 노래 가사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였다. 이는 칠레의 호스트가 이야기했던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있는 케이팝은, 지구 반대편 남미의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역할을 하는 중이었다.
또한 이야기는 단순히 케이팝의 가사 '이야기'에 제한되지 않는다. 남미 팬들은 아이돌이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한 명 한 명의 '이야기', 즉 '퍼스널 스토리'에 주목한다. 그들은 단순히 화려한 무대에 서기까지 아이돌들이 쌓아온 수많은 노력의 시간들을 이해하고 있다. 아이돌 한 명 한 명이 꿈을 이루기까지 보여준 열정과 도전 정신은, 불평등이 심하고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남미 대륙의 젊은 층에게 긍정적인 자극과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요소로 다가온 것이다.
노래 이상의 무엇 (Es más que una canción)
남미 대륙에서 케이팝은 단순한 하나의 노래 장르가 아니다. 케이팝은 남미의 많은 젊은 층이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페루나 칠레, 멕시코 등 여러 남미 나라에는 케이팝 팬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가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과 똑같은 멤버 수를 구하고, 춤과 노래를 연습한다. 그리고 일 년에 두어 번씩 케이팝 대회를 열어 공연을 펼친다. 케이팝이란 노래와 춤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표출하고, 그룹에 속해 멤버들과 소통하며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남미에서 케이팝이 인기 있는 이유는, 이처럼 케이팝이라는 하나의 음악 장르가 가져다준 긍정적인 변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