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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Mar 13. 2022

해발 3,800m에 예수상이 생긴 이유

1904년 3월 13일

칠레-아르헨티나 국경 가장 높은 곳에 생긴 예수 석상


남미 대륙 지도를 보다 보면 칠레-아르헨티나 국경 길이가 정말 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은 미국-캐나다 (8,893km), 그다음은 러시아-카자흐스탄 (6,846km)인데 3위가 바로 5,300km나 되는 칠레-아르헨티나라고 합니다. 


칠레 (녹색)와 아르헨티나 (주황색) 국경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커먼즈)


두 나라의 국경이 길었던 만큼 ‘명확한 국경선을 어디다 그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다툼도 많았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본격적으로 영토 확장을 하던 1870년 후반부터 갈등이 고조됐는데, 대표적으로 남쪽 파타고니아 지역을 두고 벌어진 분쟁이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북쪽에서도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땅을 가지고 다퉜습니다. 칠레, 볼리비아, 페루 세 나라가 싸웠던 ‘태평양 전쟁’ 이후 북쪽 국경 지역에 대한 국경선이 확실히 그어지지 않았는데, 특히 아타카마 고원지대 지역이 문제였습니다. 지금 아타카마는 ‘하얀 황금’이라 불리는 리튬 매장량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핫합니다.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 제조에 리튬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이 호시탐탐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물론 두 나라가 100년 전부터 리튬의 중요성을 미리 예측하고 싸웠을 린 없겠지만, 이전부터 아타카마 지역은 볼리비아-아르헨티나-칠레 사이에서 분쟁이 많았던 곳이었습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외교적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했고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1902년에 극적으로 분쟁 해결 문서에 서명하면서 평화적으로 갈등을 풀 수 있었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두 나라는 기념비를 세우길 원했는데, 마침 비슷한 시기에 교황 레오 13세가 세계 평화와 화합을 위해 그리스도께 더욱 헌신할 것을 촉구하는 회칙을 발표했습니다. 카톨릭 국가였던 두 나라는 이 뜻을 받들기로 결정했고 1904년 3월 13일 두 나라 국경 사이에 ‘안데스의 그리스도‘ 이름을 가진 석상이 세워지게 됩니다. 


1904년 3월 13일 처음 공개된 예수 석상의 모습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두 나라 국경 중 가장 높은 곳인 해발 3,800m에 예수 석상을 세웠다는 점입니다. 워낙 높고 황량한 곳에 있어 일반인들이 가기 쉽지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가장 높은 곳을 고집했습니다. 평화를 상징하는 그리스도가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지켜보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길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 석상 기념식에 참석한 라몬 하라 주교는 연설을 통해 “아르헨티나와 칠레인들이 그리스도 발치에서 맹세한 평화를 깨기 전에 이 안데스 산이 먼저 무너질 것이다.”라고 말하며 두 나라의 평화가 영원하길 기원했습니다. 


브라질 예수 석상 (왼쪽)과 칠레-아르헨티나 예수석상 (오른쪽) (사진자료: 위키피디아)


높이 6미터의 이 석상은 브라질에 있는 거대한 예수 석상만큼의 크기는 아니지만 평화를 상징하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은 칠레 수도 산티아고와 아르헨티나 멘도사를 잇는 국경 검문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국경을 통해 칠레-아르헨티나를 여행할 때 이 예수 석상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이 예수 석상은 국제사법재판소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 평화궁에 복제품이 있을 만큼 분쟁 해결 역사에 상징성이 있는 석상으로 역사에 남아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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