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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Mar 18. 2022

볼리비아, 이 나라의 진짜 이름은 따로 있다?


2009년 3월 18일, '공화국'에서 '다민족국가'가 된 볼리비아


아름다운 우유니 사막으로 잘 알려진 볼리비아는 문화적으로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를 가진 다양한 원주민이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볼리비아엔 무려 36개나 되는 소수 민족이 각자의 전통을 지켜오며 살아왔다고 전해집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그들이 볼리비아에서 사회적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볼리비아 인구 중 약 62%가 스스로를 원주민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중남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기도 합니다. (볼리비아 다음으로는 과테말라 (50%), 페루 (40%), 에콰도르 (35%)가 있습니다)


볼리비아 원주민들 (사진 자료: Reuters)


볼리비아에선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어가 아닌 원주민어 케츄아어와 아이마라어로 소통할 수 있고 자신들의 전통 의상을 입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을 피할 수 없었고, 사회적 진출을 위해 스페인어를 익히고 서구화된 복장을 선택했습니다. 분명 백인보다 많은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소수 민족으로 여겨지는 모순적 상황을 겪은것입니다. 


그런 볼리비아는 국가의 정식 명칭을 ‘볼리비아 공화국’에서 '볼리비아 다민족국'으로 바꾸는 법안을 추진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억압받았던 볼리비아 원주민들의 권리를 국가가 인정해주고 개선시키겠다는 의미에서였습니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 투표를 진행했고 더 많은 찬성표를 얻으며 2009년 3월 18일 아래와 같은 대법원령 제48호를 발표했습니다. 


국가의 헌법 규정에 따라 공공, 민간, 국제 외교적 관계에 있어서 볼리비아의 공식 명칭은 볼리비아 다민족 국가다.’


볼리비아가 공식 국가 명칭을 바꾼 건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원주민 인구수가 과반수가 넘었음에도 볼리비아에선 독립 이후 원주민 대통령이 단 한 번도 탄생한 적이 없었습니다. 부족했던 사회적 권리처럼, 그들의 정치적 진출 기회도 그만큼 적었단 뜻이었습니다. 에보 모랄레스는 그런 원주민들의 권리를 개선시키는 방법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원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다양한 사회문화 정책을 펼쳤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권리를 향상했다는 측면에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사진 자료: BBC)


하지만 일부에선 에보 모랄레스의 이런 행보를 회의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원주민들의 권리를 향상함으로써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 건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원주민 애국주의를 너무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실제로 에보 모랄레스 임기가 끝나갈 때쯤 몇몇 사람들은 ‘그의 정책은 역차별이다’, ‘화합이 아닌 또 다른 분열을 가져왔다’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민족주의 (nationalism)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말 그대로 민족성 (피부, 생김새, 언어)을 바탕으로 한 민족주의 (ethnic nationlism)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시민적 가치 (민주주의, 자유, 법)를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 (civic nationalism) 입니다. 만약 에보 모랄레스가 시민적 가치를 민족주의를 선택했다면, 볼리비아가 더 나은 '통합적인 사회로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부문이기도 합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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