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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Mar 19. 2022

체 게바라는 영웅일까, 게릴라일까?


1992년 4월 30일 새벽 3:30분. 아르헨티나 도시 로사리오에서 폭탄이 터졌습니다. 엔트레 리오스 (Entre Rios) 480번지에서 발생한 폭발음은 고요했던 도시를 한 순간에 패닉에 빠뜨렸습니다. 로사리오 사람들은 테러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폭발로 인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경찰 조사 결과 폭발물은 스페인 산 수류탄인 EAM 75로 밝혀졌습니다. 다행히 폭발로 인해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겉으로 보기에 너무도 평범한 가정집 앞에서 폭발이 일어난 건 이상한 일이었다습니다 하지만 이 가정집에 수류탄이 터질만한 명백한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그 집이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출신 혁명가 체 게바라의 생가였기 때문입니다.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커먼즈)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체 게바라는 혁명의 아이콘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중남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을 돌아다니며 혁명의 불을 지폈고, 제국주의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투쟁심을 보이며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 인물입니다. 아마 전 세계에서 체 게바라가 가장 영웅시되는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코 쿠바일 것입니다. 쿠바를 여행하면 체 게바라 벽화가 곳곳에 그려져있고 서점에는 그에 대한 책들이 수북이 쌓여있을 만큼 영웅화 되어있습니다.


이에 반해 아르헨티나에선 영웅화는커녕 그에 대한 평가가 반으로 나뉩니다. 그를 옹호하는 자들은 그가 보여준 용기와 진보적인 이데올로기에 동의하는 반면 반대자들은 그가 저지른 살인이나 오만한 행동을 비판합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조국 아르헨티나 보다 쿠바에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한편 1990년 대 초, 체 게바라의 고향 로사리오는 시의회의 주도로 그와 관련된 모든 흔적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통해 더 많은 여행객들이 로사리오를 방문하고 나아가 도시가 더 많은 외부인들에게 알려지길 원해서였기 때문입니다. 1992년 3월 19일, 로사리오 시의회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체 게바라 생가에 기념 현판을 세우는 법안을 공식적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체 게바라 생가 (사진 자료: BBC)


하지만 같은 해 4월 새벽, 앞서 설명한 수류탄이 터지면서 기념 현판을 다는 계획은 멈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확히 누구의 소행이었는진 밝혀지지 않았지만, 체 게바라에 비판적인 개인 혹은 단체가 꾸민 일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로사리오 시의회는 더 많은 논란과 피해가 발생 일어나기 전에 이 일을 멈추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체 게바라라는 인물을 두고 의견이 어떻게 나눠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과연 그는 휴머니즘과 이상주의를 실천한 영웅이었는가, 아니면 단지 잔혹했던 게릴라였는가'에 대 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그리고 그의 생가는 '기념 현판'으로 수류탄까지 터지며 논란의 중심이 되었지만 지금은 평범한 일반 가정집이자 박물관으로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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