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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Mar 21. 2022

잘 쓰인 드라마 각본 같았던 페루의 정치 스캔들 이야기



2010년대 후반, 중남미에서 역대급 정치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일명 ‘오데브레시 스캔들’로 알려진 이 사건에는 브라질 건설회사 오데브레시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치인들이 밝혀지며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그중에는 대통령직까지 맡았던 유명 정치인들도 있어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데브레시 기업 소속이 브라질인만큼 브라질에서 스캔들 충격이 컸던 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건 페루도 브라질만큼 많은 유명 인사들이 스캔들에 휘말린 나라였단 점이었습니다. 뇌물 금액은 적었지만 전 대통령이 4명이나 연루될 만큼 오데브리시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페루가 오데브레시와 가까웠던 이유는 페루 정부가 추진한 사업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페루는 교통, 상하수도 등 인프라 향상을 위해 많은 투자를 했는데, 주로 PPP 사업 (공공인프라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민간 당사자와 정부 기관이 합작하여 진행하는 사업, Public Private Partnership)을 진행했습니다. 이때 오데브레시가 계약을 따내기 위해 페루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돈을 챙겼던 것이 결국 부정부패의 원인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반 부정부패를 외치는 시위대 (사진


오데브레시 스캔들이 터졌을 당시, 페루 대통령은 파블로 쿠친스키였습니다. 그 또한 뇌물 혐의로 의심받으며 탄핵 직전까지 갔지만, 의회에서 탄핵 찬성표가 부족해 가까스로 탄핵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 여론으로 봤을 땐 탄핵이 맞았지만 의회의 반대표로 가까스로 대통령직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페루에서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반전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을 막아준다면 부정부패로 징역에 처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 시켜주겠다는 은밀한 뒷거래를 했습니다. 자신의 정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이 거래를 하는 영상이 페루 언론을 통해 폭로됐습니다. 페루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부정부패의 끝을 보여준 대통령과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됐습니다.


사임을 발표하는 쿠친스키 대통령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2018년 3월, 탄핵에서 한 차례 살아남은 바 있는 쿠친스키 대통령은 또다시 탄핵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 탄핵을 막을 카드가 없었던 쿠친스키 대통령은 표결을 하루 남긴 시점인 3월 21일 TV에 나와 스스로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그가 취임한 지 2년도 안된 시점에서였습니다.

 

몇몇 언론들은 페루의 정치 스캔들을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와 비교합니다. 뒷돈이 오가고, 속고 속이는 부정부패가 현실이 아닌 넷플릭스 드라마에나 써질 법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 이후로 페루 정치계는 신뢰를 완전히 잃었으며, 이후 당선된 비스카라 대통령도 탄핵, 현 카스티요 대통령도 탄핵 위기에 빠지며 페루의 정치는 출구 없는 혼란에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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