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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Apr 02. 2022

소련 붕괴 직전, 고르바초프가 쿠바로 간 이유


소련이 무너진 역사를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소련의 마지막 서기장을 맡았던 고르바초프입니다. 1985년에 최고 권력 자리에 오른 고르바초프는 개방정책 (페레스트로이카)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를 조금씩 변화시켰고, 1991년엔 67년 동안 세력을 유지했던 소비에트 연합을 무너뜨렸습니다.


당시 고르바초프가 추진한 경제 개혁은 소련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도 긴장감을 조성했습니다.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소련이 서방 세계와 손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다른 국가에서도 우리도 바껴야 되는거 아닌가?’라는 개혁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중남미에선 1960년부터 줄곧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했던 쿠바가 고르바체프의 개방 정책을 두고 ‘개혁파’, ‘보수파’로 여론이 나뉘었습니다. 


카스트로와 고르바초프 (사진 자료: 트위터)


이런 상황에서 1989 4 2 고르바초프는 외교 정책의 일환으로 쿠바를 방문했습니다. 브레주네프가 1974년에 쿠바를 방문한  이뤄진 소련 정상의  번째 공식 방문이었습니다. 그는 쿠바의 리더 카스트로를 만나 소련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두 나라 사이에 맺어진 ‘동맹 관계의 미래’의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초미의 관심사는 고르바초프가 “쿠바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였습니다. 서방에서는 내심 고르바초프가 쿠바의 개혁을 이끌어주길 바랬습니다. 쿠바 내에서도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은 그의 방문이 정치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었습니다. 한 쿠바 시민은 인터뷰에서 ‘쿠바에도 페레스토리아카 필요하다. 쿠바는 고르바초프에게 배워야 한다.’ 라고 말하며, 이번 방문이 쿠바 민주화의 전환점이 되길 바랬습니다.


이와 반대로 쿠바의 보수파나 언론은 고르바초프의 방문을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들은 소련의 개혁을 두고 ‘자본주의를 너무 많이 받아들인다라고 생각했습니다. 1980  당시 쿠바교역의 70% 소련 의지하고 있었고, 소련이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도 받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쿠바 입장에서 소련이 개혁을 하게 되면 지원도 줄고, 자신들의 경제 체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고르바초프와 카스트로의 만남 (사진 자료: ABC News)


기대와 우려 속에서 진행된 고르바초프와 카스트로의 만남은 의외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아바나 시민 수 만 명이 나와서 그의 방문을 환영했고, 고르바초프도 우리의 우정은 변함이 없다”라 말하며 화답했습니다. 또 쿠바의 걱정을 의식한 듯, “겁먹을 이유가 전혀 없다. 소련의 개혁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해주길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회담 동안 서방의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르바초프와 카스트로는 ‘소련-쿠바 친선 조약’을 맺으며 두 나라의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두 정상의 만남으로 사회주의 동맹을 다시 한번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두 국가는 서로 다른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같은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했어도, 쿠바와 소련이 추구했던 길은 근본적으로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먼저 고르바초프는 사회주의 체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실용적인 개혁을 선택한 반면, 카스트로는 더욱 강경한 사회주의 이념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소련의 체제는 붕괴되고 쿠바 사회주의는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참고문헌: Bain, Mervyn J. "Cuba–Soviet relations in the Gorbachev era." Journal of Latin American Studies 37.4 (2005): 769-791.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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